태국
[핫피플] BTS 찐팬 리우, 태국 랑싯대 한국어과 교수 되다
태국의 빠툼타니 주에 위치한 랑싯대학교는 그 어느 대학보다 한국어 교육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2020년에 한국어과가 설립되어 지난해 처음 졸업생을 배출했다. 태국에서 13번째로 한국어과가 설립된 대학이다. 이후 5개 대학이 한국어과를 설립하여 현재 태국에서 한국어를 전공으로 설립한 대학은 18개 대학에 이른다. 랑싯대학교가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현재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수는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대학 한국어과에는 아직 앳된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리우 교수가 있다. 아유타야가 고향인 그녀는 본명이 파차라선 숙씨텅이다. 올해 나이 24세로 가장 나이가 어린 최연소 교수다. 그래서 이따금 구내 식당에 가면 식당 아주머니로부터 학생 취급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방콕에 있는 시나카린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랑싯대로 부임해 왔다. 보통은 최소 석사 학위를 받아야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는데 그녀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그녀는 어떻게 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최연소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여정이 무척 궁금했다. 기자는 직접 그녀를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Q. 한국어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류 열풍이 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제가 중학교에 재학 중일 때였다. 그때 어머니께서 원더걸스(Wonder Girls)의 ‘노바디(Nobody)’라는 노래를 틀어주었다. 그 노래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어’라는 언어를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어머니는 외국 음악을 자주 들려주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국 가수들의 새로운 음악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후로 싸이 ‘강남스타일’, 시스터의 ‘마 보이(Ma Boy)’ 등 한국 노래들이 태국에서 점점 인기를 끌면서, 저도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어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Q.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때 저는 이과(과학-수학) 계열로 공부했지만, 이 분야가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마침 그 시기에 방탄소년단이라는 한국 아이돌 그룹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이 라이브 방송을 할 때 한국어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의 통역이나 번역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그 말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Q. 그럼 한국어 공부를 고등학교 때부터 한 것인가요? 네. 학교의 한국어 동아리에서 처음 한국어를 배웠다.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에는 한국어과가 없었다. 제가 별로 관심 없는 다른 외국어만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영어-컴퓨터 계열을 공부하면서, 외부 기관에서 한국어를 따로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한 후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준비하여 대학에서 한국어 전공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Q. 처음 한국어를 배우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이나 재미 있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자음과 모음을 배우며 글자를 조합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한글로 직접 쓸 수 있었을 때 무척 뿌듯했다. 한글의 철자 구조는 어렵지 않아서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단계로의 학습 의욕도 생겼다. 하지만 문법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어려움을 느꼈다.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 다양한 문법에 따른 어미 변화 등은 상당히 복잡했다. 이를 이해하고 익히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Q. 한국에서는 공부한 적이 있나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1년 동안 부산에 위치한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할 수 있었다. 마침 부산외대가 그 당시 제가 다니던 시나카린위롯대학과 교류하면서 마련된 교육 협력 프로그램이 있어 가능했다. 제게는 무척 값진 경험이었다. Q. 한국 문화 중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는 인사 문화였다. 상점이나 식당에 들어갈 때 모르는 사람이어도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식사 전에는 “잘 먹겠습니다”, 식사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 혹은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저도 점점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었고, 한국어를 말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한국인들과의 관계도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Q. 한국에서 공부할 때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식문화였다. 한국 음식은 대부분 양이 많다. 일부 메뉴는 2인분 이상 주문해야만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식사할 때는 주문이 제한되거나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적응하면서 저도 그만큼 많이 먹게 되었고, 이제는 괜찮아졌다. Q. 랑싯대 교수로 부임하게 된 과정을 말해주세요.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한국어를 가르치시던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태국에 돌아온 후 그 교수님이 랑싯대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한국어과의 학과장이신 정환승 교수님도 만나게 되었고 학과 현황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그때 마침 교수직 제안이 들어와 수락했다. 그런 연유로 랑싯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다. Q.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어는 제가 스스로 깨우치며 배운 언어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가 배웠던 방식 그대로 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하면 되었다. 학생들의 연령과 관심사에 맞춰 수업 내용을 조정하며 가르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 내내 흥미를 잃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 수업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Q. 한국어를 강의하면서 재미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강의는 물론, 학과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한국문화 행사를 치르는 것도 즐겁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랑싯대학교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학습 활동에도 열정적으로 호응해 주고, 교수와 학생이 함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수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한 각 단원의 내용에 맞게 교육 자료와 학습 활동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도 매우 흥미롭다. Q. 랑싯대 최연소 교수로서 느끼는 자부심은 무엇입니까? 랑싯대학교 한국어과 교수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제게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서 역할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수업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Q. 한국에 유학 간다면 전공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요? 한국 문화와 한국어학에 관심이 많다. 특히 한국의 옛 생활 방식에도 흥미가 있어 전통 문화나 생활사에도 관심이 많다. 언어학적으로는 어미 변화나 다양한 표현 방식 등 한국어 자체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이 있다. Q. 앞으로 한국의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가르치고 싶은가요? 현재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학생들이 교실에서는 이해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휘, 문법, 문맥 이해에 있어서 모국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오류를 관찰해보면 실제로 모국어 간섭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더 잘 지도하고, 실제 언어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수법을 연구하고 싶다. ■ 중학교 시절 방탄소년단 찐팬 입덕, 교환학생 시절 교수 추천 정환승 학과장 만나 지난해 초에 랑싯대학교는 학생 수에 비해 교수 수가 적었다. 그래서 교수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때 그녀에게 때맞추어 교수직 제안이 들어왔다. 교직을 꿈꾸고 있던 그녀는 한국 유학을 뒤로 미루고 랑싯대 한국어과에 부임했다. 운이 좋은 편이기도 하지만 평소 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오늘날 그녀를 랑싯대 최연소 교수로 이끌었다. 부임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태국한국교육원과 쭐라롱껀대학교가 함께 주관하는 태국인 한국어교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그 결과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한국에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 랑싯대학교 한국어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정환승 교수는 리우 교수에 대해 "체구는 작지만 결코 작은 사람이 아니다. 어떤 때 보면 거인과 같다"고 평했다. 나이가 어린 만큼 학생들과 잘 소통하면서 강의도 열심히 하고 크고 작은 행사에서 사회와 통역, 그리고 때로는 기획자로 다방면에서 한국어 교육 발전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정환승 교수는 그녀에게서 랑싯대 한국어 교육의 미래를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는 리우 교수는 계란형의 갸름한 얼굴에 긴 머리를 하고 있는 전형적인 태국여성이다. 평소에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가 아주 작지만 강의실에 들어서면 그녀는 그 누구보다 쩌렁쩌렁한 소리로 열강을 한다.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면서 여러가지 행사를 치르다 보면 늘 시간에 쫓기듯이 산다. 앞으로 한국 유학을 통해 공부도 더 해야 한다. 아직도 학자로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녀는 오늘도 미소를 잃지 않고 바쁘게 강의실을 찾아 캠퍼스를 오간다. 태국=정환승 객원기자, 태국 랑싯대학교 한국어과 학과장 chaiyothai@hanmail.net 정환승 교수 프로필 현 태국 랑싯대학교 한국어과 학과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통번역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 학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장-한국태국학회 회장 1999-2002-2005년 한국-태국 정상회담 통역 1958년 한국과 태국이 수교한 해 태어남 1995년 태국 쏭클라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어학 석사 2000 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언어학 박사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한 해 태어난 딸은 베트남 아시아투데이 특파원(정리나) 최근 저서로는 ‘태국 들여다보기’, ‘태국역사문화기행 황톳길 위에서 미소를 만나다’, ‘담장너머의 태국 치앙마이-치앙라이 오디세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