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도시의 매력을 보여주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한 요소다. 호텔은 외지인들의 방문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조성되고 발전하는데,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에는 저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호텔 한두 개쯤은 있기 마련이다.
룩셈부르크처럼 전국토 면적이 인구가 너무 작아 타국으로 버스로 출퇴근하는 경우나 스위스 베른주처럼 호스피탈리티를 산업을 아예 생활밀착형 비지니스 모델로 개발한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곤, 보통의 유명호텔은 도심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공항, 기차역 등 교통시설과 접근성이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도 한다.
인구 300만 이상 대도시에는 민족 문화권을 대표할 만한 호텔이 탄생하기도 한다. 호텔 자체가 유명 관광지가 되는 케이스다.
■ 호텔과 리조트: 투숙비 따라 편의 제공 vs 휴양-관광
호텔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호텔과 리조트의 차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호텔은 ‘방문객 편의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호텔이 투숙객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일종의 '프로그래밍'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용객은 그렇게 짜여진 프로그래밍 속에서 투숙비에 따라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다.
적어도 웬만한 사람들이 들어본 유명 도시에 1박 400달러(약 11만 6350 원) 미만 호텔은 대부분 그러하다. 때문에 호텔의 런레이트(회전율)은 대단히 빠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방문객 편의' 포커싱에 최적화된 호텔 덕분에 각종 사교(볼룸, 프롬)나 세미나 등 하루 수십 건이 넘는 행사도 너끈히 일사분란하게 수행가능하다.
그러나, 리조트는 호텔과는 다르게 런레이트가 길다. 또한 휴양-관광에 포커스를 두기 때문에 부대비용(풀, 사우나, 바, 클럽, 각종 액티비티) 등 ‘방문객 편의제공’은 리조트에 크게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 투숙비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부대시설이용 (Amenities) 명목은 엑스트라로, 과금에 있어 자비란 없다. 투숙비에 5배는 써야 조금 놀았다고 자랑할 것이다. 좋은 리조트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짧게 요약하면, 호텔은 투숙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리조트는 휴양객 수요를 증폭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시작점(?)부터가 다른 것이다. 때문에 호텔은 도시를 대표하는 대표성이 조금 더 높다고 보는 게 맞다.
■ 호텔은 도시의 대표성, 역사와 ‘호텔부심’은 정비례하는가?
필자의 생각이 어느 정도 맞다면 소위 조금 잘나간다는 도시에는 대표성이 짙은 호텔이 더 많아져야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이 냉엄한 현실이기도 하다. 한 도시에 발전문화와 현대화를 이룩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담아줄 호텔이 많다는 것은 도시의 자랑이고 축복이라고 본다. 호스피탤러티 산업은 엄연한 도심경제에 주축 비지니스고 자본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국적호스피탈리티 그룹 미M사, H사 I사 계열사 체인들은 각국의 주요도시마다 자랑스런 깃발을 휘날리며 글로벌 호텔 네트워크로서의 대표성을 확장해왔다.
이와 정반대로 뉴욕 구P호텔(현 L)이나 런던 R호텔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노익장들인데 절대로 과잉을 추구하지 않는다. 신문물(?)을 배워 딱히 변화하려는 노력도 없었고 수익성이 악화되더라도 어줍잖은 변화를 추구하느니 호텔은 그대로 존치시키되 차라리 돈 많은 새 주인을 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방문해보면 로비에서 부터 직원들의 프라이드가 느껴진다.
서울을 대표하는 호텔은 1914년 개관한 소공동 C호텔 이라고 생각한다. 최고급 투숙객을 위한 ‘편의제공’의 측면에는 경쟁자들이 더러 있지만 C호텔은 거의 한 세기를 영위하는 유일한 국내호텔이기 때문이다. 또한 1978년에 오픈한 부산 해운대 W(C)호텔도 같은 맥락에서 나름의 정적인 기품이 있다.
그런데, 세계 많은 호텔들이 도시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업구조의 개편의 진통의 연속을 통하여 인수와 분사를 거듭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미M, H, I 등이 제공하는 획일화된 서비스와를 통한 쾌적한 숙박편의, 끊임없이 로컬리티와 접촉하며 변화하는 다채로운 서비스품질은 국적나이를 불문하고 대다수 투숙객들에게 상당한 만족도를 선사하지 않는가? 전통이 깃든 호텔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 유서깊은 역사 호텔 즐비 하노이, 현대식호텔도 부각 '혼란 속의 희망'
이렇게 양비론적인 관점으로 접근해보니 도시의 역사적 대표성을 지닌 호텔과 신진사대부들 간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필자는 베트남 하노이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하노이 대표 호텔은 호앙끼엠에 위치한 S레전드 메트로폴이다. 1901년 개관한 유서가 깊은 호텔이다.
호치민 못지 않게 역동성이 느껴지는 (다소 정신없는) 하노이 시내에 이런 호텔이 있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실제로 투숙해보면 웅장하지 않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저층과 낮은 천정 가든이 꾸려진 정제된 느낌이 화려하지 않은 요소들로 다가왔다. 프랑스식 건축양식을 표방했다고는 하나, 1987년 재건축을 통한 복원을 한터라 무난한 하노이식 호텔로 기억될뿐이다.
공간에 머무는 느낌은 상당히 쾌적한 것으로 기억된다. 영국 식민지시대 싱가포르 총독 래플스 경의 이름을 딴 R호텔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다. 서측 호수라는 뜻을 낀 서호(Ho Tay)에 미 I사 호텔이 있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하노이에 미딩 지역에 거주할 당시 인근 M사 계열의 호텔에서 투숙했을 때 느낌이 훨신 나았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을 한 장소로도 알려졌지만, 대단히 무난한 호텔로서 각 정상들의 의전 및 경호상 이유가 아니라면 무난무난한 호텔로 기억된다.
재밌는 사실은 현지 사람들과 교민들의 공감대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S레전드 메트로폴보다도, 앞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열린 미 M호텔이나 바딘지역에 위치한 국내기업이 운영하는 초고층 L호텔을 더 좋은 호텔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신축이라 시설도 깨끗하고 음식이 더 맛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지인들도 '가성비 측면'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이다. 그런 측면에서만 보면 일정 부분 공감한다.
S레전드 메트로폴 시설이 다소 오래된 이유에서인지 영미권 국가에서 온 투숙객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발전하는 하노이 도시를 체감하는 현지인들은 무엇인가 새롭고 멋진 것을 갈망하는 모양이다.
뉴욕 같은 세계적 도시 말고도,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권 무역도시에도 자국의 역사를 자랑할 만한 명문 호텔이 즐비하다. 어떤 호텔이 좋은 호텔이냐 하는 것은 주관적인 가치관이 작용하는 부분이라 무의미 하겠지만 어떤 호텔이 그 도시를 대표하느냐에 대한 것은 정부(관광청)이 감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산이 된다. 도시와 도시의 구성원들이 자연스레 간택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흔히 7성급 호텔로도 잘 알려진 버즈 알 아랍 개관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타이거 우즈가 공중 테니스장에서 지중해를 향해 티샷을 날려주는 모습도 연출하며 축포(?)를 터트렸다. 물론 버즈 알아랍은 최고급 호텔로 여전히 관광객들의 인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아랍인 친구들은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안쪽에 위치한 조용한 알 카사(Al Qsar) 호텔에서 다도의 여유를 더 선호한다. 그래서 호텔산업이 어려운 이유가 된다.
필자인 김민수는 영국 런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 등 다양한 도시에서 성장하며 각 도시의 특색을 좋아한다. 런던대 바틀렛 도시건설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대기업 인프라분야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부산시에서 도시계획분야 정책연구원으로 근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