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적게, 행동은 많이, 끝까지 완수하기”
위의 슬로건을 내세운 베트남 공산당 제14대 전당대회가 2026년 1월 23일 끝났다. 그리고 정치국, 서기국, 중앙감사위원회 등 당조직 명단이 발표되었다.
전날(22일)에는 중앙집행위원회 정위원 180명과 후보위원 20명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이번에 새로이 중앙위원에 진입한 사람은 71명, 약 35%로 상당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선출 당시 명단을 기준으로 하되, 현재 직책을 기준으로 재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제14대 중앙집행위원회는 당 조직을 중심으로 군과 공안이 이를 떠받치고, 행정부와 국회가 집행과 제도화를 담당하는 권력 구조를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제13대가 도덕적 정당성 회복의 정치였다면, 제14대는 체제를 관리하며 성장을 최적화하는 정치로 이해할 수 있다.
베트남공산당 제14대 정치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 정치국원 수는 19명으로 전기와 큰 차이가 없고, 다수 인사가 연속 재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인물 하나하나의 출신지와 경력, 그리고 이들이 배치된 자리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정치국은 단순한 연속이 아니라 베트남 정치가 ‘개혁의 국면’을 넘어 ‘관리의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도부라 평가할 수 있다.
■ 반부패에서 개혁으로
제13대 정치국의 반부패는 제도 개혁이라기보다는, 당의 도덕적 권위 회복을 목표로 한 “정치적 정화(political cleansing)”에 가까운 성격을 띠었다. 이는 구조적 규칙의 재설계보다는, 캠페인형 통치를 통해 엘리트 집단을 재정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응웬푸쫑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당과 국가의 도덕적 정당성을 회복한다는 명분 아래 고강도 반부패 캠페인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또럼 당 총서기 체제로 접어들면서, 국가주석 보 반 트엉을 포함한 정치국급 주요 인사들이 차례로 정계에서 물러났다. 이는 베트남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자기 정화’의 시기였다.
그러나 제14대 정치국은 더 이상 이와 같은 정치적 긴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부패는 여전히 핵심 가치로 남아 있지만, 이제 그것은 캠페인이 아니라 제도화된 통치 장치로 자리 잡았다. 중앙감사위원회 위원장 쩐껌뚜(Trần Cẩm Tú, 하띵성 출신)가 연속 재임에 성공한 것은 이러한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부패는 더 이상 특정 인물의 결단이 아니라, 조직의 일상적 기능이 되었다.
■ 재선 인물들이 보여주는 ‘안정의 골격’
제14대 정치국의 중심에는 13대에서 이미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안부 장관 출신으로 정치국 내 가장 강력한 안보 엘리트로 평가받는 또럼(Tô Lâm, 훙옌성 출신)은 여전히 정치국의 핵심 축이다. 그의 존재는 베트남 지도부가 사회 안정과 내부 통제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군부 역시 마찬가지다. 국방부 장관이자 대장 계급의 군 원로인 판반장(Phan Văn Giang, 타이응웬 출신)의 연속 재임은 군이 정치국 내에서 여전히 중요한 제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안과 군이 동시에 정치국의 중심에 자리한 구조는, 제14대 정치국이 사실상 안보 엘리트가 통치의 중심축을 형성한 구조를 고착화했음을 시사한다.
외교 분야에서도 연속성은 유지된다. 외교부 장관 레호아이쭝(Lê Hoài Trung, 후에 출신)의 재임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베트남이 급격한 외교 노선 변경보다는 기존의 균형 외교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 탈락과 퇴장의 정치적 의미
이번 정치국 인사에서 주목할 점은 누가 들어왔는가보다, 누가 물러났는가이다. 고령의 응웬푸쫑 총서기는 사망했고, 반부패 국면에서 상징적 인물이었던 판딩짝 등도 정치국에서 물러났다. 이는 특정 개인에 대한 숙청이라기보다는, 반부패 국면 자체의 종료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제14대 정치국은 문제를 ‘드러내는 정치’에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정치’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컸던 인물들이 퇴장하고, 대신 관리형 인물이 전면에 등장했다.
■ 레밍흥 등 신규 진입 인사와 관리형 엘리트의 부상
제14대 정치국에 새롭게 진입한 인물들의 면면은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대체로 강력한 대중적 인지도나 정치적 카리스마보다는, 조직 관리와 행정 집행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조직위원회 위원장 레밍흥(Lê Minh Hưng, 하띵성 출신)이다. 그는 인사·조직 관리의 핵심 기구를 이끄는 인물로, 당 내부 질서 유지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전 공안부 장관 레밍흐엉의 셋째 아들이다. 또 하노이시 당서기 응웬주이응옥(Nguyễn Duy Ngọc, 흥옌성 출신)의 정치국 진입은 수도 행정과 사회 안정이 중앙 권력의 직접 관리 대상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선전·이념 분야에서는 응웬쫑응이아(Nguyễn Trọng Nghĩa, 띠엔장 출신)가 정치국에 진입했다. 이는 이념 통제 역시 느슨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하게 관리될 것임을 시사한다.
■ 지역 분포가 말해주는 권력의 지리학
제14대 정치국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출신지를 살펴보면, 북부 편중 현상은 여전히 뚜렷하다. 하띵성, 흥옌성, 닝빙성 등 북부·중북부 출신 인사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공산당의 전통적인 권력 기반이 여전히 북부에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호찌민시 당서기 쩐르우꽝(Trần Lưu Quang, 떠이닝 출신)과 같이 남부 출신 인사들도 전략적 위치에 배치되었다. 이들은 주로 대도시 행정과 정책 조정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 정치 엘리트 내부에 지역별 기능 분업 구조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었음을 의미한다.
■ 개인에서 기구로: 권력 운영 방식의 전환
13대 정치국이 응웬푸쫑이라는 강력한 개인 리더십에 의해 움직였다면, 14대 정치국 역시 또럼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지만 정치국 구성으로만 본다면, 특정 개인의 카리스마보다는 당 기구와 위원회 중심의 합의형 운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고지도자의 권위 약화라기보다는, 권위를 분산시켜 체제를 더 오래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
■ 저강도 갈등·고강도 관리형 정치
제14대 정치국 하에서 베트남 정치는 당분간 조용할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정치 개혁이나 노선 전환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조용함은 정체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안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공안·군·조직·내정 기구를 중심으로 한 관리 체제는 이미 구축되었고, 정치국원들은 그 체제를 운영하는 관리자들이다. 결국 제14대 정치국의 역사적 의미는 명확하다. 13대가 ‘수술’을 한 정치국이었다면, 14대는 그 결과를 관리하며 재발을 막으며, 경제 성장 중심 통치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당대회의 슬로건은 “말은 적게, 행동은 많이, 끝까지 완수하기”다. 이 표현은 성과 중심·책임 이행 강조를 상징하며, 정책 집행의 실행력과 목표 집중을 핵심 가치로 드러내는 말이다.
부산외대 베트남어과 배양수 yangsooba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