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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업계 '채권 돌려막기' 검사 나서

신탁·랩어카운트 계좌서 파킹·자전거래 의혹
KB증권 "유동성 공급 목적…중소형 법인 위주"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이 ‘채권 돌려막기’에 대한 전면적인 검사에 나선다.

 

지난 5월 23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금융업계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자전거래 등 파킹거래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중요 검사 대상은 증권사의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의 운용 실태로 알려졌다.

 

첫 검사 대상은 ‘하나증권’과 ‘KB증권’이다.

 

2022년 연말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에서 장단기 자금 운용 불일치로 환매 대응이 발생한 것이 검사 착수의 배경이 됐다.

 

단기 채권형 상품을 원금 보장형처럼 판매했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만기 불일치 운용 전략'을 쓴 것이다.

 

2022년 하반기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장기채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증권사별 평가손실은 수백억원에서 1,000억 원 이상에 달하자 증권사들은 이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자전거래’는 금융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방식으로 만기 3개월짜리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만기 1년짜리 채권에 돈을 넣어서 수익률을 맞춰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이 안 팔리고 환매를 제때 못하는 상황이 나오니 자전거래를 통해 메우는 관행이라는 목소리가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채권 거래를 할 때 장부에 곧바로 기재하지 않고 일정 시간 보관(파킹)하도록 한 뒤 결제하는 방식을 썼는지도 중점 검사 대상으로 삼았다.

 

거래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오를 때 장부에 기록하면 실제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를 불법 거래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관련 위법 행위 발생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며 검사 대상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대상이 된 KB증권 측은 입장문을 배포하고 “계약 기간보다 긴 자산을 활용해 운용하는 ‘미스 매칭 운용’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상품 가입 시 해당 운용 전략에 대해 사전 설명했고 고객 설명서에 계약 기간보다 잔존 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돼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고지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손실을 덮을 목적으로 타 증권사와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 금리가 급등하고 기업어음(CP) 시장의 경색이 일어나자 고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거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동성 지원 기준을 세워 중소형 법인 위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단기 자금 유동성 문제로 급여 지급이나 잔금 납입 등이 어려운 경우 등을 먼저 고려했다.”고 전했다.

 

불법 자전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수익자가 동일인인 경우 계좌 간 거래가 인정된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KB증권은 “새로운 고객의 자금이 입금되는 경우에는 직전 고객의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 자산을 시장에서 매수해 대응했다.”면서 “그 외 만기가 도래하거나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 대응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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