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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베트남-인도네시아 커피향! 멈춤, '차와 커피의 시간' 전시

KF 아세안문화원 기획전시회 ‘차와 커피의 시간’ 3월 11일 개막

 

 

KF(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이근) 아세안문화원(부산 해운대구 소재)은 첫 기획공모 선정 전시 ‘차와 커피의 시간’전을 3월 11일에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가 3인(백정기, 이창원, 박화영)이 전시 주제를 ‘멈춤’의 관점으로 해석한 작품 40여점을 선보였다.디자인그룹 두 팀(고와서, 무진동사)이 조성한 휴식 공간 ‘아세안 티 룸’이 함께 준비되어 있다.

 

커피는 한국인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다.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3배가량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커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그 답이 아세안 지역에 위치한 베트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렇듯 숨겨진 커피 강세 지역이자, 독특한 차 문화가 발달한 아세안 지역의 일상에 주목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세안 지역에서 차와 커피는 분주한 일과를 잠시 멈추는 휴식과 손님을 환대하는 풍습으로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동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이를 조명하면서, 특히 ‘멈춤’의 현상을 고찰한다.

 

 

전시 1부는 백정기 작가의 ‘Is-of’ 연작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찻잎에서 추출한 색소를 활용해 베트남 차 재배지에서 촬영한 풍경사진을 프린트했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 색소는 변색을 막으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라져버린다. 이 같이 ‘멈춤’을 시도하는 작가의 노력은 세계의 현상을 불변하는 이미지로 잡아놓으려는 예술가의 노력에 비유된다.

 

전시 2부는 이창원 작가의 대형 작품 ‘화도-시간을 거슬러 온 그림자’와 드로잉, 조각 연작으로 이루어진다. 1987년 강화도 조약을 계기로 외래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한 조선시대, 어느 개항지에 정박한 배를 담은 풍경이 커다란 화면에 검은 그림자로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자는 촘촘하게 설치된 작은 선반의 커피가루가 만들어 낸 실루엣이다. 식민지 시대 문화의 혼종, 독립과 번영 등 아시아가 공유하는 역사적 경험을 커피 가루가 만들어 낸 그림자와 빛의 중첩을 통해 시각화한다.

 

 

전시 3부는 박화영 작가의 영상 설치작품 ‘리퀴드 써큘러스 잔-브레이크 부스(break booth)’로 이어진다. ‘커피 브레이크(break)’를 곧 우리의 일상을 ‘깨는(break)’ 시간과 공간(booth)으로 치환한 작품이다.

 

매일 마시는 찻잔에 남은 커피 얼룩이 휴먼 스케일로 확대되어 4개의 광목천으로 만든 정방형 공간에 상영된다. 둥근 커피 얼룩 위로 떨어지는 폭소(爆笑), 웃음소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 무뎌진 정신을 깨우고 각성을 일으킨다.

 

요즘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작품 감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휴식과 배움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동 전시에도 ‘아세안 티 룸(Tea Room)’의 특별한 공간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아세안 티 룸’은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숍 코피티암(Kopitiam), 싱가포르의 페라나칸 티 하우스(Peranakan Tea House) 등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어 조성되었다. 관람객은 휴식도 취하고 커피와 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수마트라, 만델링, 자바 등 유명 커피 명칭이 유래한 인도네시아, 로부스타 원두 재배로 세계 인스턴트커피 시장을 석권한 베트남, 커피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미얀마까지, 커피 원산지로서의 아세안 각국의 강점과, 다양한 커피 문화를 알아본다.

 

차 문화도 소개한다. 미얀마의 절인 찻잎 라펫(Laphet)은 식재료로도 사용한다. 밀크티 테타릭(Teh Tarik)을 만들기 위해 두 손에 든 용기에 차를 반복해서 옮겨 담는 퍼포먼스는 공연예술의 일종이 됐다. 커피와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삶 속에 견고히 자리 잡았다.

 

아세안 문화원 관계자는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멈춤’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 주제처럼, 이 같은 ‘멈춤’이 ‘차와 커피의 시간’으로, 휴식과 재충전이 이루어지는 긍정의 시간으로 전환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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