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이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가 확정되면서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 산업에서 순식간에 선두로 치고 나가게 됐다.
현대자동차 역시 휴머노이드 사업을 비롯해 신규 사업에 대한 계획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과 현대자동차 그룹의 기술이 시너지를 일으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 인수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계열사나 움직임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변화와 전략을 엿볼 수 있다.
◆ 현대차 지배구조의 핵심, 현대글로비스
현대 현대자동차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은 물류부문을 담당 중인 현대 글로비스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전 회장이 29.9%의 지분을 보유해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상승이 궁극적인 현대차의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 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현대모비스 21.4%, 현대자동차 33.9%, 기아자동차 17.3%, 현대모비스의 순환 출자 구조를 유지 중이다.
2018년에 이런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현대 모비스의 A/S 부품 및 모듈 사업부를 현대 글로비스와 합병하고 모비스 법인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두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고,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현대차 그룹 3인방으로 불리던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중에서 기아차가 빠지고 현대글로비스가 대두되는 추세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앱티브에 투자할 당시만 해도 현대차, 현대모비스와 함께 기아자동차가 참여했지만,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에는 기아차가 빠지고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현대자동차 그룹의 주가 하락 당시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확보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전략은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상승으로 해석된다. 현재 핵심 계열사 지분이 미미한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필수적이지만 이는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상술된 개정안에는 현대모비스의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이 포함됐고, 일각에서는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전기차 배터리 렌탈 사업, 수소운반선사업, 로보틱스 사업 등 현대자동차 미래 사업에 꾸준히 이름이 올라가고 있다.
문제는 개정된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총수 일가는 기업 지분을 20%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30%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정몽구 전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29.9%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하게 됐지만,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1년 내로 10%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또한, 정상적인 내부 거래가 아닌 사익편취로 해석될 수 있는 부당한 내부거래 해소도 필요하다.
2020년 상반기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6조 4086억 원이지만, 이 중 4조 4782억 원이 현대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위아 등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것으로 1년 내에 70%의 거래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인수를 통한 압도적 마케팅 효과
로보틱스 사업과 같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는 분야는 큰 주목을 받게 된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정몽구 회장에게서 정의선 회장으로 최고경영자가 변경되면서 기업의 실적이 필요하다.
로보틱스 사업에서도 글로벌 선두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는 신규 사업의 발굴과 더불어 정의선 회장의 실적으로 적합한 매물이라는 의미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로보틱스 분야의 폭넓은 가능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로봇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선택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를 택했다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과 인지, 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리딩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고 현대차 그룹의 제조 기술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보틱스 분야는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우선 경쟁사인 도요타-닛산-포드 등 완성차 기업들과 콘티넨칼-보쉬 등 부품기업들이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과 인공지능 및 로봇 기업을 인수하거나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등 로봇 시장으로의 진출에 뛰어들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 그룹에 중공업 계열사의 현대 로보틱스의 로봇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는 경제적 사유보다 정치적 사유가 더 높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한국 대표 재벌이자 회장이 바뀐 현대자동차 그룹 미국 국방부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통해 코리안 브랜드의 드라이브를 위한 정치적 관점에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분석이다.
일본의 혼다가 이러한 효과를 낸 적이 있다. 혼다 자동차 휴머노이드 서비스 로봇인 아시모를 개발했으나 2018년에 개발이 중단됐지만, 개발 기간 동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거나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잡는 등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현대자동차 역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세계적인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 사업적인 성공과 실패는 차차하더라도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 기업을 인수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지는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