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누리꾼들, 한국-필리핀 갈등 화해 이끌어냈다."
필리핀 인플루언서의 욱일기 문신 실수와 그에 따른 한국 네티즌의 악플이 공론화 되며 필리핀 네티즌과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성숙한 두 나라 네티즌에 의하여 봉합되고 있다.
지난 6일 필리핀 SNS 인플루언서 벨라 포치가 본인의 팔에 '욱일기' 문양의 문신을 한 영상을 SNS(소셜네트워크)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영상을 시청한 한국 네티즌들이 욱일기 문신을 지적했고, 벨라는 욱일기의 역사적 배경을 몰랐다면서 즉각 사과하고 문신 제거를 약속했다.
현재 벨라는 그 위에 심장 모양 문신을 커버업(문신 위에 새로운 문신을 새기는 것)하여 욱일기 모양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다.
그러나 한 한국 네티즌이 "가난한 필리핀인은 작고 못 배워서 무식하다"는 등 인종차별적 악성 댓글을 달았고, 댓글을 본 필리핀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필리핀 네티즌은 SNS에 해시태그로 '#ApologizeKorea', '#CancelKorea'를 단 게시물을 십만 건 올렸으며, 일부 필리핀인들은 한국에서 겪었던 차별대우를 언급하며 필리핀 내 한국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다.
이와 같은 사태가 지난 9일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 알려지자 성숙한 한국 네티즌들이 발벗고 나섰다.
한국의 한 네티즌은 "#SorryToFilipinos(필리핀 국민에게 미안해요)"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일부 한국 네티즌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대신 사과했다. 이에 동조한 많은 한국 유저들이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사과의 해시태그는 10일 한국과 필리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올랐고, 11일 오전까지 4만1000건 이상 공유됐다.
이에 필리핀 누리꾼은 "한국인들에게 악성 댓글을 단 필리핀인을 대신해 사과한다"면서 "#SorryToKoreans(한국인들에게 미안해요)"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같은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한-필 양국 간 국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온라인 갈등 상황이 성숙한 한국 네티즌들이 발 빠르게 사과하고, 역시 성숙한 필리핀 네티즌들이 화답하면서 훈훈한 화해로 이어졌던 것.
지난 8월 의정부고에서 '관짝소년단' 패러디와 방송인 샘 오취리 논란에 이어 한국 내 숨은 인종차별 문제가 점차 가시화되며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3월 발표한 한국 사회 인종차별 실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한국 이주민 10명 중 7명이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번 한-필 양국의 성숙한 네티즌들의 화해는 한국이 글로벌 시대에 맞추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행동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