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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t 철도여행3] 영화 ‘듄’ 속 모래둔덕...어, 여기는 무이네구나!

무이네 대표브랜드된 하얀 모래둔덕-붉은 모래둔덕...4시간 달려 나트랑 입성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몸도 절로 깨어났다. 목적지는 ‘하얀 모래둔덕’과 ‘붉은 모래둔덕’이다. 바다와 함께 지프가 달린다.

 

무이네(Mui Ne)는 원래 판티엣(Phan Thiet) 소속 작은 마을이었다. 무이네는 어부들이 태풍이 오면 숨어야 하는데 베트남어의 Mui(Cape, 串, 곶)와 숨는다는 뜻의 Ne가 합쳐진 단어라는 설과 참족 왕의 막내딸 이름이 Ne인데 딸을 위하여 Mui(곶)에 절을 지었다고 하여 Mui Ne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설이 있다.

 

이 어촌 작은 마을이 유명세를 치른 건 뭐니뭐니 해도 모래언덕(샌드 듄:사구, Sand Dune , 砂丘) 때문이었다. ‘듄’ 덕분에 일약 휴양과 레저명소로 우뚝 섰다.

 

1995년 10월에 나타났던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무이네로 몰려들었다. 개기일식은 지구가 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다.

 

무이네 인기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무이네를 2020년 8월 24일 국가관광지로 지정했다.

 

 

■ 화이트 샌드 듄 ‘일출’-레드 샌드 듄 ‘선셋’ 대표상품 일등공신

 

‘개기일식’ 관광객 소동 이후 판티엣 시를 베트남에서도 가장 많은 리조트가 모여있는 명소로 거듭나게 했다.

 

이처럼 지프를 타고 새벽 또는 오후에 하는 일출과 해넘이는 무이네 대표브랜드가 되었다. 모래언덕에서 보는 일출(White Sand Dunes, 화이트 샌드 듄)과 선셋(Red Sand Dunes, 레드 샌드 듄) 구경은 한국까지 유명해졌다.

 

최근 한국 방송 등에서는 ‘동남에서 볼 수 있는 사막’이라고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사막’이라는 표현은 틀린 말이다. 사막이 아닌 ‘사구’가 맞다. ‘샌드 듄’(사구)는 바람으로 운반된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모래언덕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출투어는 보통 새벽 4시 30분 지프로 출발한다. 선셋투어는 오후 2시에 출발한다. 일출투어의 경우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 정말 사진이 잘 나오고 예쁘다”고 다들 인생샷 마구마구 찍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나는 숙소 ‘로토스 빌리지’에서 새벽 5시 10분 지프를 타고 ‘와이트 샌드 듄’으로 향해 달렸다. 앞에서 달리는 트럭과 상용차 후미등에는 아직 어둠을 달고 있었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기기묘묘한 ‘사구’를 만날 수 있다니...달리는 속도만큼 설렘도 앞서 달려갔다. 지프는 화이트 샌드 듄 입구에서 멈췄다. 사구에 오르기 위해 네바퀴 쿼드 바이크 중 바퀴가 큰 사막용 지프를 선택했다.

 

 

지프가 모래둔덕을 달린다. 바퀴로 모래를 뒤로 밀려내자 모래가 흩날렸다. 둔덕을 오르니 사방으로 전망이 탁 트였다. 일출은 이미 끝나 아쉬웠다. 화이트 샌드 듄에서 주어진 건 1시간.

 

그곳에는 이미 와 있는 지프와 쿼드 바이크들이 모여있다. 여기저기서 연달아 경탄과 놀라움을 토해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지프 위에 두 팔을 벌려 다양한 포즈를 찍은 이들도 있었다.

 

가까운 모래 둔덕의 완만하면서 날카로운 능선과 저 멀리 키 큰 풍력용 거대한 바람개비, 오아시스로 보기에는 너무 큰 로터스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강아지 안고 있는 부부, 연인들과 홀로 찾아온 서양인, 깃발을 함께 온 단체관광객이 하얀 둔덕을 경배했다.

 

 

“만약 모래언덕이 영화 ‘듄’에서처럼 스스로 변신하고 틈입자들을 삼켜버린다면...” 문득 엄습한 내 상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관광객들은 모래언덕에서 싱글벙글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뒤쪽 짧은 사구, 어른들은 앞쪽 더 가파른 곳에서 모래썰매(Sand Sliding)를 탔다. 그들은 ‘듄 모래귀신은 없다’고 확신했다.

 

18개로 추정되는 색깔을 가진 모래는 매일 변하여 신비로운 자연의 그림을 만든다고 하니 변화는 계속된다. 화이트 샌드 듄 정상에서 흥분을 가라앉을 무렵 지프는 로터스 호수 방향으로 직할강했다. 절벽처럼 까마득한 급경사를 지프가 쏜살같이 내려갔다. 놀이기구 탈 때처럼 짜릿했다. 로터스호수는 신비로웠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라 또 다른 풍경이었다.

 

 

화이트 샌드 듄을 떠나 이제 레드 샌드 듄 차례 차례다. 가는 도중에 잠깐 중간에 거대한 바람개비 앞에서 멈춰 사진을 찍었다.

 

붉은 모래밭 ‘레드 샌드 듄’은 차도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언덕이었다. 무이네 어항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햇살이 안비추니 빛이 반사시키지 못했다. 그 붉은 강렬한 색감이 안나와 아쉬웠다.

 

화이트 샌드 듄보다 높이가 낮으니 누구나 길에서 쉽게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듄은 넓었지만 정상부위 빼고는 직할강을 할만한 장소도 많지 않았다. 정상 부위에서는 줄을 서서 단체로 모래썰매타기를 했다.

 

 

역설적으로 ‘듄’에 등장하는 모래폭풍 같은 분화구를 닮은, 둥근 깔대기 모형 구멍으로 몇 명씩이 한나의 부대 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이 장면을 사람들이 드론으로 찍었다.

 

■ 동화 같은 피싱빌리지 ‘바구니배’와 붉은 계곡의 ‘요정의 눈물’

 

무이네는 듄만이 아니라 명소들이 많았다. 피싱 빌리지(어촌)서 ‘바구니배’ 퉁(카이붐)을 보았다. 귀여웠다. 비가 와서 바다는 혼탁했다. 어시장도 생선이 많이 팔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매일같이 1000여개 고깃배가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현장에서 파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모습이었다.

 

 

어항을 지나 붉은 계곡인 ‘요정의 눈물’(Fairy Stream)으로 갔다. 무이네 사구투어에 이어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 이 계곡은 흘러나온 샘물로 계곡이 마르지 않는다고 이름이 붙여졌다. 작은 산 양쪽으로 붉은 모래와 흰 모래 언덕이 석회암에 깎여 멋진 경관을 이루는 작은 개울인 셈이다.

 

나도 입구에다 신발을 벗고 다른 관광객처럼 맨발로 폭포에서 바다까지 걸어봤다. 항상 물이 흐르기 때문에 계곡은 모래가 쌓여있고 부드러웠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전부’ 맨발로 계곡에서 바다까지 걷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주위 암벽 등을 구경하며 걷기만 하는 시간만 약 1시간 정도였다. 폭포 아래 붉디붉은 절벽이 절로 발을 멈추게 했다. 단순히 계곡을 오고가는데 입장료를 받았다. 하지만 폭포와 붉은 계곡, 마르지 않은 샘물이 발목을 돌아가면서 영원히 쏟아내는 동화 속 이야기를 걷는 기분이었다.

 

 

무이네는 책을 덮어도 떠오르는 주인공 표정이나 남아있는 한 구절처럼 절대 잊혀지지 않은 대표 스토리가 뚜렷했다. 화이트 샌둔-레드샌둔-피싱빌리지-요정의 샘이 파노라마다.

 

이밖에 무이에가 빼놓을 수 없는 것도 더 있다. 바로 젊은이를 부르는 12km에 이른 해안이다. 비록 바다가 맑지는 않지만 파도가 세서 한국 양양 하조대처럼 서핑 등 해양스포츠도 유명한다고 한다.

 

파도가 센 탓인지 해수욕장보다는 해안가에는 바로 바다로 들어가는 카페가 많았다. 한 카페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맛이 별났다. 바람은 거셌지만 시원했다. 파도소리도 으르릉 기운찼다.

 

무이네 투어는 화이트 샌둔-레드샌둔-피싱빌리지-요정의 샘 순서로 돌면 끝이 난다. 마치 뮤직박스처럼 동전을 넣으면 순서대로 자연스레 들려오는 음악처럼 자연스럽고 편하고 즐거웠다.

 

■  ‘빈투언’역에서 나트랑역 향해 출발...베트남 쌈 먹고 야시장 돌다

 

 

리조트로 돌아와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했다. 다시 기차역으로 갔다. 이번 열차는 도착역과 다른 곳에서 출발한다. 어제 도착한 것은 도시이름 ‘판티엣’ 역이었다. 새 출발지는 성이름인 ‘빈투언’역이다. 출발 오후 2시 15분이다. 목적지 나트랑까지는 4시간이다.

 

 

빈투언역 역사 규모는 작았다. 역사 안 대기실도 좁았다. 플랫폼으로 나오니 전형적인 역 풍경이 펼쳐졌다. 철로 옆 증기기차 시절 물을 받았던 급수탱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열차 안에는 휴가를 떠나는 듯한 베트남 군인들이 한쪽에 앉아있었다. 이 열차에도 판매사원이 여러 가지 과일, 음료, 과자 등을 팔면서 오갔다. 어제 열차보다 품매 물품이 훨씬 다양했다. 커피 등 음료에다 포도와 심지어 치킨도 팔았다.

 

 

중간 한 역에서 승차한 여성이 ‘엄청난’ 목소리로 호객하고 대추를 팔고 내렸다. 5분 정도 시간에 엄청난 에너지로 팔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나트랑 역에서 4시간만에 내렸다. 이 역에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호텔에다 짐을 풀고 넴느엉 당 반 퀴엔(Nem nướng Đặng Văn Quyên)이라는 식당에서 넴느엉(넴룽)이라는 베트남 쌈을 먹었다. 흔히 ‘월남쌈’으로 불린다. 라이스페이퍼(쌀종이)로 싸서 먹는 중부지방 대표음식인데 참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트랑 야시장을 돌아보았다. 인파가 넘쳤다. 거기서 악어 가죽을 걸어놓은 가죽가게가 눈길을 끌었다. 야시장 끝  째핫닥(chè hạt đác)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나트랑 입성을 자축했다. 

 

 

베트남 남북철도는?

 

남북선은 1899년부터 40년간 건설되어 1936년 하노이-사이공 철도가 개통되었다. 세계 2차대전으로 남북선 전체가 파괴되었다. 이후 베트남이 다시 통일되어 수도 하노이의 하노이역에서 호치민의 사이공역까지 다시 연결했다.

 

총 길이는 1726km로 모두 단선이다, 궤도폭 1000mm, 역은 49개다. 2018년 궤도폭 1435mm인 남북고속철도를 계획되어 2028년 본격 시공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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