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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블랑트레일5] 모에나, 어쩌다 동네 한 바퀴 피자맛은?

생애 해외 첫 음식주문, 하루에 점심-저녁 두 판...이탈리아 피자는 원래 짠가?

 

돌로미테를 아시나요? 몽블랑은 아시나요? 이를 합쳐 '돌블랑'이다. 이탈리아 북부 돌차노 산맥 서쪽에 있는 돌로미테는 높이가 3000미터급 봉우리가 18개가 있다. 몽블랑은 알프스 산맥의 프랑스 구역으로 가장 높은 산이다. 단순히 정상에 오른 것보다 트레일로도 유명한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돌블랑 트레킹을 따라가본다.<편집자주>

 

어제 밀라노 말펜사공항에서 메쓰나산악박물관까지 타고온 봉고차는 에어컨 바람이 셌다. 돌로미테 첫 트레일 준비하기 위해 모에나 숙소에 도착할 저녁쯤에 목이 잠기고 머리가 묵직했다. 

 

몸이 찌뿌드등해 저녁을 먹다가 중도에 먼저 떴다. 내 방에서 일찍 잠을 청했다. 하지만 밤새 기침과 뒤척이며 자다깨다 보냈다. 아침에도 비몽사몽 상태서 일어나 호텔 식당에 가서 일행에게 식사도 거르고 산행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돌로미테 산행 첫날은 결석이었다. 점심 때 겨우 일어났다. 한끼라도 챙겨먹겠다고 마을을 천천히 돌아봤다. 돌로미테 아래 마을인 모에나는 강을 끼고 집들이 이어졌다. 강 옆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도로에는 산악자전거들과 등산복 차림, 스키로 유명한 지역답게 스키용점, 호텔 등이 많았다.

 

호텔과 스키렌털점이 이어진 강 상류쪽으로 걸어 20여분 지나니 야외에 식당과 호프집이 모여 있는 식당가가 나왔다. 나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동양인이었다. 나는 피자집을 골라 들어갔다. 그리고 상냥한 여 종업원에게 피자(10유로)와 코크를 시켰다.

 

 

내가 해외에서 첫 '나홀로 식사 주문'이었다. 언어 울렁증을 이기고 구글렌즈로 메뉴를 읽고, 이탈리아니 피자를 주문해봤다. 식당에는 손주랑 노는 모습, 연인과 부부 등 단란한 이탈리아 가족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종업원들과 카운터도 부지런하고 친절했다.

 

아,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첫 주문 시식했는데, 피자는 어땠을까? 헐, 매우 짰다. 이후 본초비 등 이틀만에 4번째 피자를 먹게 되었는데 다 짰다. 이탈리아 본고장에서 피자 맛 환상이 이렇게 깨질 줄 어떻게 알았으리라. 아니면 피자 먹는 방법 차이였을까?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는 건물마다 목재 기둥이 밖으로 드러났다. 테라스마다 꽃이 심어졌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이 내려보이는 작은 마을 성당을 둘러봤다. 작고 장식이 없는 성당이었다. 성당 구내 안 공동묘지도 가봤다. 햇살은 눈부셨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였다. 어느새 짠 피자 뒷맛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나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마을을 느리게 걸었다. 이방인으로 외국 마을을 걸어보고 싶었다. 상상과 달리 조용하고 호젓함이 좋았다. 밤새 뒤척이며 기침을 쏟아냈고 산행도 못 갔지만 나홀로 마을을 산책한 시간은 보람이 있었다. 잃으면 그만큼 얻는 것이 인생이었다.

 

다행히 첫날 트레킹 사람들이 호텔로 돌아왔다. 때맞춰 오후 3시부터 호텔 내부 사우나(건식+습식)에 땀을 빼낼 수 있었다. 몸이 더 개운해졌다.

 

어쩌나 모에나 동네한바퀴였다. 저녁에는 일행과 함께 낮에 돌았던 동네의 맨 위쪽에 있는 다른 식당을 찾았다.

 

빈자리가 없는 손님이 꽉 찬 이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음식의 진수를 봤다. 피자(와인이나 맥주랑 같이 먹기 때문), 버섯요리, 하우스 와인 등 정말 맛있었다. 다시 이탈리아인들의 가족을 사랑하는 문화를 지켜봤다. 즐겁게 대화하고 눈맞춰 건배했다. 아기도 있고, 손주와 할아버지도 있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독일식 하우스와인잔에 인간미가 넘쳤다.(나는 술은 안먹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돌로미테 아래 어느마을의 저녁은 감탄사에서 시작해 탄성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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