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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여행 1] 순전히 하루키 때문에 여행이 시작되었다

관광지로나 여행에서 낙제점, 라오스의 거부할 수 없는 ‘소리’ ‘감촉’ 매력

 

계절의 여왕 5월이었다. 사방에 신록이 들어서는 계절, 더 짙은 녹음이 있는 상하(常夏)의 나라 라오스를 찾았다.

 

뭐랄까. 여행이라기도 그렇고 관광도 아니었다. 아니다. 여행이라고 강변하겠다. 그리고 순전히 내가 사랑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이라고 우기고 싶어졌다.

 

이 여행은 순전히 하루키의 에세이 때문에 시작되었다. 그의 에세이 속 가이드는 옳았다. 라오스는 별 게 없었다. 화려한 볼거리도 놀라운 풍경도 없었다. 편리하지 않았고, 큰 영감을 주는 장소도 적었다. 사찰의 풍경과 불교식 건축물도 태국과 베트남서 봤던 것들이었다.

 

 

여행지나 관광지로나 낙제점을 맞아야 할 라오스, 그런데 왜 라오스는 매력적일까. 그의 여행에세이를 읽지 않았더라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모를 그런 나라였다. 어느 순간 에세이 때문에 꼭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고, 가보니 그의 말 대로였다.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의 내용 중

 

 

“비엔티안(Vientiane) 와타이 공항에 착륙한다”는 제주항공의 기내 방송 멘트가 들렸다. 5시간 동안 날라왔다. 라오스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귤색 스카프를 두른 스튜디어스들을 지나 터미널 입국 심사대에 섰다. 말수가 적은 심사원은 군인복장이었다. 입국대는 내국인, 외국인, ‘아세안’인로 분류되어 있었다. 외국인 줄에 서 있는데 특별한 입국 통로로 중국인들이 왁자지껄 입국했다. 

 

 

라오스 하면 땅의 모든 것이 초록일 것 같았다. 하지만 첫 인상은 비엔티안 공항의 밤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가령 라오스는 바다가 없다. 중국-베트남-태국-미얀마-캄보디아 5개국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불교국가이고 공산주의 국가다 등등이다.

 

이 어엿이 존재하고 있는 라오스의 징표들도 어둠 속에 그리고 안갯속에 잠겨 있었다. 어느 하나 내 상상 안으로 들어올 것 같지 않았다. 실체가 흐렸다. 이 밤이 지나고 비엔티안에 잠입한 이후 달라질 수 있을까. 

 

 

하루키가 맞았다. 라오스는 냄새와 소리와 감촉으로만 남았다. 주홍색 승복이 깨우는 새벽 탁발의 일상적인 장엄함, 방비엥의 버키카와 집라인과 물동굴, 카약킹과 블루라군, 소금마을, 집 한 채가 지어진 배 안에서의 점심식사, 황금 불상과 야시장 등. 모두 단편영화의 필름처럼 휘리릭 스쳐가는 풍경들이었다. 

 

 

이제 하루키가 물었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질문에 조금 답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을까. 허영심으로 윤색될 것 같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라오스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과 친절하고 수줍은 사람들이 반가운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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