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특별기고] 이창근 베트남 관광대사 “한-베 인연 800년 기억하자”

고려 망명 베트남 이용상 왕자 후손, “올해는 역사적 인연 기념 뜻깊은 해”

 

베트남 관광대사. 나의 자랑스러운 직책이다. 2017년부터 2029년까지 베트남 관광대사직을 3대에 걸쳐 연임하고 있다. 관광대사로서 지난 시간 두 나라의 관광 발전을 위해 힘써 왔다고 자부한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1994년 조상의 땅인 베트남을 처음 찾았다. 이후 베트남 국적을 부여받았고, 베트남 이름 ‘리 쓰엉 깐(Lý Xuong Căn)’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최초의 주한 베트남 관광대사로 임명돼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한편, 두 나라가 공유해 온 오랜 역사적 인연을 널리 소개해 왔다.

 

2026년은 한국과 베트남이 800년에 이르는 역사적 인연을 기념하는 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왔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아세안익스프레스에 직접 기고하게 됐다. 개인적인 글을 언론에 기고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 2026년, 베트남–한국 역사적 인연 800년을 맞이하며

 

올해는 베트남과 한국이 약 80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역사적 인연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다.

 

베트남 리(李) 왕조의 이용상 왕자(Prince Lý Long Tường, 李龍祥)는 1226년 고려로 망명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형성된 두 나라의 역사적 연결성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적 교류와 문화적 공존, 가치의 공유라는 흐름 속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동아시아외교사에 드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용상 왕자의 고려 정착과 그 후손들의 역사적 발자취과 서사는 오늘날 양국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는 문화적·외교적 자산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1992년 12월 한–베 재수교 이후, 나는 1994년, 한국에 거주하던 리 왕조 후손들을 이끌고 ‘769년 만에 조상의 땅 방문’ 행사를 추진했다. 베트남 최고 지도자들의 각별한 관심과 따뜻한 환대가 이어졌고, 베트남 전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며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 언론 역시 앞다퉈 보도했고,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면서 한–베 800년 역사적 인연은 공식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양국을 잇는 상징적인 서사로 자리잡았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첫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연설이 기억난다. 김 대통령은 “현재 한국에는 700여 년 전 귀화한 베트남 리 왕조 이용상 왕자의 후손 200여 가구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궁 만찬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 찼고, 그 장면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2026년 ‘베–한 역사적 인연 800년’은 단순한 기념 연도를 넘어, 과거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 협력의 방향을 모색하는 역사·문화 외교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백마장군’이 된 이용상 왕자, 769년 만의 귀향

 

역사적으로 볼 때, 나의 26대 조상인 이용상 왕자의 삶은 극적이다. 왕자는 조난 도중 태풍을 만나 고려(지금의 옹진군)로 표류했고, 고려 왕의 환대를 받아 그곳에 머물게 됐다.

 

이후 몽골의 두 차례 침략 당시, 고려를 도와 큰 공을 세웠다. 그 공로로 ‘백마장군(白馬將軍)’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 업적을 바탕으로 이용상 왕자는 한국의 명문 성씨인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됐다. 800년 전, 두 나라 문화를 잇는 연결고리가 이때 만들어진 셈이다.

 

 

나는 ‘화산 이씨’로서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이용상 왕자의 염원을 대신 이뤘다. 769년 만의 귀향이었고, 베트남 정부 역시 이를 뜻깊게 맞아 주었다. 그 결과 나는 한–베 이중국적 1호가 됐다. 이 소중한 1,000년 인연은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를 여는 귀중한 열쇠가 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리 왕조의 고향인 베트남 박닌성에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이 역사적 인연의 상징성을 더욱 깊게 만든다.

 

■ 이용상 왕자 26대손 이창근 대사의 ‘800주년의 꿈’

 

나의 베트남 이름은 ‘리 쓰엉 깐’이다. 그동안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2017년부터 2029년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주한 베트남 관광대사로 임명된 것 또한 큰 영광이다.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창근이자 리 쓰엉 깐인 나는 올해 한–베 인연 800년을 기념하는 문화·외교·관광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싶다. 우선 이용상 왕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웹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개발·확산하고 싶다.

 

관광대사로서 내가 늘 공감하는 말이 있다. “문화외교는 곧 관광이다.” 문화외교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하고, 관광을 통해 다시 문화 교류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SNS(소셜네트워크) 기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두 나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재정적 지원을 통한 공동 콘텐츠 제작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외교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친근하고 신뢰받는 홍보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 베트남 정부는 "화산 이씨는 ‘가장 오래된 해외동포'"라고 인정했다. 그 유수한 800년의 깊은 인연이 '기적처럼' 오늘의 한–베 관계를 잇고, 미래로 이어지기를 꿈꾼다.

 

글쓴이=이창근 베트남 관광대사 vnlyxuongcan@gmail.com

 

 

 

이창근 베트남 관광대사는?

 

이용상 왕자의 26대 후손으로, 1992년 한–베 재수교 이후 ‘기적처럼’ 베트남으로 돌아가 국적을 회복했다. 2010년에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았다.

 

베트남명 ‘리 쓰엉 깐’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데 기여해 왔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베트남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2017년부터 2029년까지 3임기 연속 주한 베트남 관광대사로 임명됐다

관련기사

포토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