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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t 철도여행 7] 안개에 휩싸인 바나힐 ‘골든브릿지’ 여기가 별천지!

오대산 같은 산 정상에 조성된 ‘테마파크’라니...성당 뒤로 산 정상부엔 린응사

 

“오대산 같은 높이 산꼭대기서 거인을 만났네요.”

 

최근 방영된 인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바다 위로 떠다니는 3.2km 목포해상케이블카가 나온다. 이 케이블카를 타보면서 “‘개벽’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는 남해나 여수케이블카도 명물이 되었다. 이전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나 남산케이블카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는 차원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바나힐(Bana Hills)행 케이블카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다낭 바나힐행 케이블카(총 5개)를 타면서 마치 미지의 초대형 거인을 소재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작가 이사야마 하지메) 속 풍경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건 스멀스멀 공포감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 바나힐, 해발 1487미터 정상-거리만 5.042km-케이블카로만 25분

 

케이블카 유리벽에 빗방울이 다닥다닥 묻어있었다. 밖은 온통 안개 속이었다. 정상 근처에서 다시 한번 유리벽을 치고 가는 빗발의 기습을 당했다. 운행거리 5.042km, 케이블카는 무려 25분간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바나산 정상은 해발 1487미터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그 높이에 다시 놀랐다. 우리나라 오대산 같은 산 정상에 조성된 ‘테마파크’라니.... 바나힐은 ‘썬월드’가 운영한다. 나트랑 ‘빈펄랜드’를 만든 빈그룹과 함께 베트남 레저업계 쌍두마차라고 한다.

 

 

케이블카 얘기를 조금 더 하면 썬월드의 푸우쿡 혼땀섬 케이블카가 현재 세계 최장이다. 7.899km, 20분간 해상 위를 타고 간다고 한다. 나트랑 빈펄랜드의 해상 케이블카는 3.320km였다. 썬월드-빈펄랜드 이 두 그룹의 회장들은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한다. 이 큰손들이 베트남 레저 환경을 확 바꾸어놓은 주인공들이다.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니 정상 도착, 그 유명한 그 ‘다리폭 12.8미터, 길이는 150미터’ ‘골든브릿지’를 걸었다. 이 ‘황금색 다리’는 바나힐의 랜드마크다. 아래는 구름이 두둥실, ‘거대한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린 거인의 손에는 이끼 같은 얼룩이 새겨져있다. 물론 그것도 조형물의 일부다.

 

‘세상은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서는 여의봉으로 요술을 부리던 손오공이 나온다. 근두운을 타고 제 힘을 과시하며 사고를 쳤지만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골든브릿지’를 걸으면서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겸손하라는 경구가 떠올랐다. 누가 이 산꼭대기에 아름답고 신비감을 불러일으킨 다리를 만들었을까?

 

‘골든브릿지’는 베트남 조경기업 ‘TA’ 대표 부비엣안(Vu Viet Anh)의  작품으로 2018년 6월 개관했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바나힐이 신들이 사는 산이라고 생각해서 구상했다”. 문득 한국 포항 ‘호미곶의 손’ 작품도 비슷한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바나힐이 개발된 건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로 지배할 때다. 이때 더위를 식히기 위해 상류층 휴양지로 삼았고 ‘다낭속 유럽’으로 사랑받았다. 지금도 실제로 유럽인들이 지은 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프랑스가 물러난 이후 방치되어 있다가 다시 개발 후 2009년 ‘테마파크’로 재개장했다. 놀라운 건 썬월드가 단순한 ‘산상의 휴양지’가 아닌 호텔과 놀이시설, 레스토랑을 확충해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며 손오공처럼 요술을 부리고 있다.

 

‘골든브릿지’ 바로 아래 와인동굴을 지나니 거대한 불상의 뒷모습이 보였다. 불상 뒷모습을 따라가 보면 손오공이 앞장서고, 말 타고 따르는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 조형물이 왼쪽 길옆에 자리 잡고 있다.

 

 

'서유기'에 나오는 서역으로 불경을 가지러 가는 삼장법사 일행의 모습이다. 나도 린응사(Linh ung) 소속 이 거대한 불상 앞에서 향을 올리고 삼배를 했다. 기도는 나와 가족과 회사와 내 나라를 위한 것이었다.

 

실제 베트남은 불교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로 택시 안과 호텔, 식당에서 불상이나 달마상을 흔히 볼 수 있다.

 

■ 비나힐 최상부 사찰에서 로봇타종...아래쪽 거대한 부처상도

 

비나힐에는 골든브릿지 외에 프랑스 고성의 외관을 본딴 건물과 19세 프랑스 마을을 재현한 프렌치 빌리지, 와이너리, 플라워가든, 각종 놀이기구, 비어광장, 천주교 성당 등이 있다. 심지어 스타벅스도 있다.

 

 

광장에서는 계속 공연이 이뤄지고 있었다. ‘15주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광장을 지나 중앙부 성당이다. 성당을 지나서 계단을 타고 점점 올라가면 최상부에 린응사가 있다. 절 최상부에 종루가 있었다. 오른쪽에는 하얀탑이 서 있다.

 

종루 기둥에 기대어 발아래 한눈에 들어오는 비나힐 테마마크를 굽어보았다. 케이블카 속에서처럼 바나힐은 순간 안개에 휩싸였다. 또한 금세 밝아지면서 수천 가지의 얼굴 변화를 연출한다. 다시금 빼꼼 얼굴을 내미는 바니힐...아 여기가 산 위의 별천지 테마파크구나!

 

바나힐의 풍경을 굽어보는데 ‘쿵~’하는 종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렸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건 사람이 아닌 로봇타종이어서 더 놀랐다. 바나힐 산 정상에만 절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다낭에는 절이 세 개가 있다고 한다. 린웅사 절은 세 개다. 하나는 여기 바나힐에 있다. 그리고 다낭 시내의 응한손(ngu hanh son, 오행산)에 있다. 오행산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면 후엔콩 동굴 등 큰 규모의 절을 볼 수 있다. 또 손트라(son tra)섬에는 67미터의 거대한 해수관음상이 있다.

 

바나힐 광장 중심부에 세워진 성당은 실제 예배를 하지 않았다. 관광객들이 앉아 쉬는 장소인 듯했다. 다낭시내에는 4개의 큰 성당이 있다고 한다.

 

■ 바나힐은 끝없이 변화한다...연무 속에 갇혀 두 번 바뀌며 하강 케이블카

 

바나힐에는 날씨가 천변만화(千變萬化)다. 끝없이 변화한다. ‘로즈가든’ 장미꽃밭에서 내려다보이는 맥주광장(비어플라자)에서는 20분 만에 한 번씩 댄스 공연이 열렸다.

 

 

그 공연이 열리는 짧은 시간에도 안개가 밀려와 환상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다 어느덧 맑아졌다, 또 흐려졌다. 바람이 세서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비나힐은 ‘안개와 바람의 나라’다. 수시로 안개가 몰려와 한꺼번에 포위하고 금세 나 몰라라 하고 달아난다.

 

성당 앞 광장에서는 뮤지컬 등 이색 공연이 이어졌다. 나도 동심으로 돌아갔다. 특히 남녀 키다리 삐에로가 광장을 오고갈 때마다 아이 어른 구별 없이 다 좋아했다. 눈썹과 입술에 컬러풀한 화장을 하고 날개옷을 입고 있었다. 나도 찰칵.

 

 

20대였던 나는 서울랜드 ‘청룡열차’나 용인자연공원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지만 어느 나이부터 놀이기구를 탄 적이 없다. 흥미가 없어졌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 들어간 이후 테마파크를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대신 서울랜드 옆 경마장에 놀러갔다. 또 서울랜드 동물원 둘레길을 아는 어르신들과 걷기도 했었다.

 

올라갈 때처럼 케이블카로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두 번의 환승 끝에 바나산 탈출에 성공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은 ‘오 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이라는 뜻의 고사성어다. 짙은 안갯속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어느 순간 다시 빗발의 습격, 후두둑 투명 벽을 두들겼다. 상쾌했다.

 

바나힐에 있는 동안 내내 안개 속에 푹 빠져있다 보니 하산하는 케이블카는 ‘별천지 특급’ 청룡열차 같았다. 높은 산 중턱에서 안개, 비, 안개를 연속으로 통과하는 요지경이 다시한번 연출.

 

 

지인이 베트남에는 북부 사파(Sapa), 남부 달랏(Dalat), 그리고 여기 중부 다낭 ‘바나힐’ 등 3곳의 산악 인기리조트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중 첫번째로 바나힐을 찾은 것이다. 바나힐에서는 반나절이나 아니면 하루 내내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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