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이 세계 경제의 악영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들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원유 증산을 시사하면서 원유 가격은 끊임없이 추락 중이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통해 원유 생산 감축을 협의했으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유가 추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러시아가 OPEC의 감산 정책에 대한 불만과 미국 셰일가스, 그리고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추측된다.
◆ 감축 합의 결렬이 불러온 검은 충격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 OPEC 국가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열고 석유 생산량 감산에 대해 논의했으나 최종 결렬되면서 국제 유가 대폭락이 발생했다.
빈 회의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비 OPEC 국가들은 하루 170만 배럴 감축에 대한 기존 합의를 최소 3개월 연장하고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 산유국들이 4월 1일부터 2020년 연말까지 하루 150만 배럴을 추가적으로 감산할 것을 제안했고, 러시아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가격을 내리고 증산을 통해 러시아 압박에 나섰다.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230만 배럴로 늘릴 것을 지난 10일 발표했고, 이를 본 러시아 역시 석유 증산을 예고하면서 세계 유가가 급락했다.
◆ 끝나지 않은 석유 생산 전쟁, 원인과 표적은 ‘미국’
유가의 폭락은 공급 과잉 우려로 24% 이상 폭락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24.1% 떨어진 34.36 달러(한화 약 4만 1000 원),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24.6% 하락한 31.13달러(한화 약 3만 7100 원)을 기록했다.
지난 3년 간 OPEC+가 3년 동안 감산 합의를 통해 유가를 유지해왔지만, 반대급부로 미국의 셰일 가스 산업이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러시아의 생각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하루 약 1300만 배럴을 생산한다.
또한,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으로 운반하는 송유관인 노드 스트림-2(Nord Stream-2)를 건설하는데 미국은 이를 반대하며 참여 기업들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러시아의 이번 행보는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기저에 깔려 있다.
미국 에너지부 샤일린 하인스(Shaylyn Hynes) 대변인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국가 행위자들(State Actors) 지목하고, “원유 시장을 조작해 충격을 가하는 행위로 에너지 산업에서 미국의 공급자로서 역할을 강조하게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국제 유가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하루 20만~30만 배럴까지, 향후 최대 5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에너지부 알레산데르 노박(Alexander Novak) 장관은 “유가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감산 협정이 연장되지 않은 것이 협력의 종료가 아니다. 5월과 6월에 정례회의를 열기 합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