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캄보디아 총선, "압도적인 승리” VS "민주주의 희화화"

주요 야당 출마 봉쇄-비판 언론 폐쇄...총선 전부터 캄보디아인민당 125석 싹쓸이 소문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VS "야당의 탄압과 위협 덕분이다. 민주주의를 희화화시켰다”

 

현지 미디어 크메르타임즈는 23일자로 ‘훈 센(Hun Sen, 70) 총리는 캄보디아 총선이 끝난 뒤인 저녁 음성 메시지를 통해 오늘 제7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을 817만 7,053명으로 잠정 집계해 전체 투표자의 84.21%가 투표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의 대변인 소크 에이산은 이날 투표 종료 뒤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는 8월 9일이다. 

 

크메르 타임즈는 '비공식 결과에 따르면, CPP는 120석의 국회 의석을 차지했다. 왕당파인 훈신뻣(FUNCINPEC) 당은 5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했다. 

 

이 같은 주장에 비판론자들은 “야당의 탄압과 위협 덕분에 사실상 보장된 것으로 민주주의를 희화화시켰다”고 성토했다.

 

이번 총선은 캄보디아인민당과 경쟁할 만한 주요 야당들이 모두 선거 참여 자격을 박탈당했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제1야당인 촛불당(CP)의 선거 참여를 금지했다.

 

캄보디아구국당(CNRP) 전 삼 랭시 전 대표에게 '선거 개입' 혐의를 적용해 공직 출마를 25년 금지하고 벌금 5000달러(약 632만원)를 부과한 바 있다. 촛불당은 구국당의 후신이다. 

 

선관위는 총선 직전 촛불당이 총선 참여에 필요한 서류를 누락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에는 요구되지 않았던 절차였다. 촛불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2%를 득표한 유력 야당이다.

 

여당의 지원을 받는 17개의 군소 정당이 이번 총선에 참가하지만, 이 군소 정당들이 의석을 획득하면 기적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2018년 7월 총선 때도 캄보디아인민당은 경쟁자 없이 선거를 치러 125석 전석을 독차지했다.

 

대법원이 한해 전인 2017년 11월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했다며 캄보디아구국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유력 야당 정치인인 켐 소카 전 캄보디아구국당 대표도 올해 초 반역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민주주의의 목소리’도 폐쇄당했다. 

 

캄보디아의 마지막 남은 독립 언론 중 하나인 '민주주의의 소리'는 올해 초 훈센 총리와 훈마넷을 공격하고 정부의 '존엄과 명성'을 해쳤다며  폐간시켰다. 지난달 통신 규제 당국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다른 3개 언론사의 웹사이트 차단을 명령했다.

 

38년간 권좌를 유지해온 훈 센 총리는 총선 뒤 권력을 아들인 훈 마넷(Hun Manet, 45)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에게 넘기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 20일 중국 ‘봉황텔레비전’과 한 인터뷰에서 “총선 뒤 3~4주가 지나면 훈 마넷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훈 센 총리는 2021년 12월 마넷를 후계자로 지명했고, 캄보디아인민당도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79년부터 집권해온 캄보디아인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사실상 38년 권력세습을 완성한 것이다.

 

 

훈센 총리의 아들 마넷은 1999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캄보디아군 부사령관 및 합참의장을 맡고 있으며, 2018년 12월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돼 국제사회는 권력 승계 본격화를 예상해왔다. 

 

훈 센 총리는?

 

캄푸치아공산당 무장 조직인 ‘크메르 루주’ 부대원 출신이다. 크메르 루주가 1975년 집권 뒤 과격한 공산독재 체제를 지향하면서 주민 수십만~수백만명이 학살 또는 기아로 목숨을 잃자, 크메르 루주에서 이탈한 그는 베트남으로 도망쳤다.

 

베트남군이 1978년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베트남군 지원으로 1985년부터 집권했고, 1997년에 친위 쿠데타를 통해서 장기 독재체제를 구축해왔다.

관련기사

포토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