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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동남아학회 2024 학술대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전제성 한국동남아학회 제17대 회장 “역대 최대- 관계기관 참여 격상- 국제교류”

 

한국동남아학회의 연례학술대회와 동남아시아연구한일공동학술대회가 국립부경대 인문사회경영관에서 지난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개최되었다.

 

올해 대회의 대주제는 분쟁과 분열의 세계질서 속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이 보여주는 연결성과 포용성을 검토해보는 것이었다. 전쟁과 폭력과 극단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세계 속에서 동남아시아의 사례들을 통해 나름의 대응력과 지혜를 찾아보려는 도전적인 주제를 택했다.

 

학술대회 발표논문집은 한국동남아학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보실 수 있다. https://www.kaseas.org/seminar

 

올해 대회는 규모와 구성 면에서 예전과 다른 몇 가지 특이점을 보였다.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였고, 관계기관의 참여 수준이 격상되었고, 국제교류는 더욱 확장되었다. 대회 주제만이 아니라 대회 구성에서도 연결성과 포용성을 보여준 것이다. 여러 경로로 참가 소감을 전해 들은 아세안익스프레스 박명기 대표가 학술대회의 의미를 이야기해달라 청하였기에, 이에 호응하여 한국의 동남아 학계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시는 독자들과 지난 학회 소식을 나누고자 한다.

 

 

■ 34년 학회 사상 최대 패널 25개-발표문 85편...인도네시아-일본 학자도 참여 '풍성'

 

연례학술대회와 한일공동학술대회가 이어달리면서 이번 대회는 34년 학회 사상 최대 규모로 성사되었다. 처음으로 3일간 종일 개최되었고, 패널이 25개, 발표문이 85편에 달했다. 학문후속세대의 참여가 늘어 대학원생 발표도 14편이나 되었다. CMK아세안스쿨에 선발된 학부생들까지 참여하면서 학술대회 참가 연인원이 160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학자들도 참여했다. 압두르라흐만 와히드 이슬람국립대 총장과 국립인도네시아대 환경대학원 원장의 인솔로 인도네시아 학자 열두 분이 참석했다. 일본동남아학회 회장과 교토대 동남아지역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일본 학자 아홉 분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학생까지 합치면 외국인 발표문이 24편에 달했다.

 

■ 마치 결혼식 피로연처럼 흥겹고 왁자지껄 잔치 같은 학술대회 들썩

 

돌이켜보면, 지난해 연례학술대회는 집단적으로 우울하면서도 비장한 분위기에서 개최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 재정위기에 직면하여 집행부는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회원들은 기부와 봉사를 통해 재난에 처한 학회를 수호하고 복구할 것을 다짐하였다. 많은 회원이 참석하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와중에 어떤 회원은 ‘초상집에 문상하러’ 온 것 같다고 했다.

 

반면에 올해 학술대회는 마치 결혼식 피로연처럼 흥겹고 왁자지껄했다. ‘수고했다’, ‘고맙다’, ‘유익했다’, ‘잘될 거다’, 그런 말들이 이어졌다. 우리는 이렇게 다시 일어섰다.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의 구호처럼, "We are not going back!"


■ 한국 모든 대학 연구소 총망라...공동개최기관이 17개 '학자대회' 방불

 

올해 대회가 풍성했던 비결은 공동개최기관이 17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국동남아학회는 거의 매달 행사를 갖지만 연례학술대회는 한 해에 한 번만 개최한다. 2016년부터 학술대회를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인 취지는 동남아연구 관련 기관을 모두 모아 일종의 ‘전국동남아학자대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 잘 부합한 대회가 올해 대회였다.

 

동남아연구에 매진하는 대학 연구기관이 모두 이번 대회에 참여하였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국립부경대 글로벌지역학연구소 동남아시아연구센터, 동아대 아세안연구소, 부산외국어대 아세안연구원, 서강대 동아연구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한국외국어대 동남아연구소가 참여하였는데, 특히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의 참여는 20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아울러 한국태국학회와 주한아세안교수협의회도 동참하였다.

 

 

공동주최 기관들은 한국동남아학회가 대규모 학술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개최 비용을 분담해주었다. 자금 여력이 없는 기관들은 인력을 제공하거나 홍보를 도와주었다. 회원들도 저마다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였다. 덕분에 우리는 3일간 모여 공부하고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의 소식을 흥겹게 나눌 수 있었다.

 

■ 한-아세안센터 공동주최 등 유관기관 협력 심화...아세안 외교 총괄 아세안국장도 참여

 

한국과 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가 단순 후원 기관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공동개최 기관으로 참여했다.

 

올해 들어서 우리 학회는 센터와 조직적인 연중 협력을 시작하였다. 대학원생 아세안 현지조사 파견, 한-아세안 국제학술회의 기획, 한-아세안 학술에세이 공모전 심사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학술대회에 한-아세안학술에세이 공모전 수상자 발표 자리가 하나의 패널로 포함되면서 한-아세안센터도 학술대회 공동 개최기관으로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아세안 외교를 총괄하는 아세안국장도 학술대회에 공식 참여하였다. 이번 대회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35주년을 기념하여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됨을 축하하고 향배를 논의하는 패널을 마련했다. 학회는 아세안국장을 토론자로 초대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호응하여 김동배 아세안국장은 지정 패널에 참석하고 의견을 개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아세안 패널과 미얀마 위기 패널도 참여하여 진지하게 경청하고 외교적 상황과 입장도 전해주었다. 천의진 아세안협력과장과 한영희 동남아2과장을 비롯한 여러 외교관도 동반 참석하여 학계와 소통과 교류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동남아학회는 작년부터 유관기관들과 관계를 정례화 관습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회는 집행부 임원 교체 알림 공문을 보냈고 이에 화답하는 일부 기관은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다. 학회는 유관 기관에게 동남아학계가 활성화될 때 한-아세안 협력도 기반을 다지고 전진할 수 있음을 역설해 왔다. 유관기관들도 한마음으로 지지하고 성원해주었다. 그런 노력과 호응이 한-아세안센터의 학술대회 공동주최와 외교부 아세안국 외교관들의 토론 참여로 이어진 것이다.

 

■ 국제 교류 확대...국립인도네시아대 환경대학원도 공동주최 기관 동참

 

국립인도네시아대 환경대학원(SIL UI)도 공동주최기관으로서 동참했다. 부디 수실로 대학원장을 포함하여 7명의 발표자가 자교의 지원을 받아 참가하였다. 이 대학원은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지역 환경 개선사업도 추진하고 한국과 교류에도 깊은 관심을 지닌 교육기관이다. 환경대학원의 참여 덕분에 우리 학회 연례학술대회 최초로 환경연구 전문 패널이 편성될 수 있었다.

 

 

동남아연구한일공동학술대회(Korea-Japan Conference of Southeast Asian Studies 2024)도 하이브리드 행사로 성사되었다. 대면으로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태풍 산산의 일본 열도 상륙으로 인해 부산으로 건너오지 못한 일본인 학자들이 화상으로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다. 한국과 일본의 동남아학자 교류의 장인 한일공동학술대회는 한국동남아학회가 교토대 동남아지역연구소(CSEAS)에 제안하여 2009년에 시작되었는데, 올해 대회는 일본동남아학회(JSSEAS)도 처음 참여함으로써 한일교류의 폭을 넓혔다는 의의를 지닌다. 일본동남아학회는 바다의 관점에서 본 동남아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덕분에 한국 학자들은 해삼, 문어, 배만들기처럼 생소한 연구 주제도 접할 기회를 누렸다.

 

 

■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인권운동 영화상영...다양한 문화행사 ‘물꼬’

 

영화 상영도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법 제정 운동에 관한 기록영화였다. 20년간 추진되었던 이 법은 다음 달에 회기를 마치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가사노동인권운동을 전개했던 단체에서 17분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이 기록영화를 한국에 석사과정 유학을 온 인도네시아 활동가의 요청으로 한-일공동학술대회의 점심시간에 상영한 것이다.

 

 

동남아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는 무용, 합창, 도서전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수반된다. 국 립인도네시아대 환경대학원 학술대회에서는 학생들의 아체 타리 무용을 선보였고, 필리핀국립대에서 개최된 세아시아(SEASIA: 동남아연구아시아대회)에서는 합창 공연을 펼쳤다. 한국동남아학회와 대한민국외교부가 지난해에 공동주최한 한-인도네시아수교50주년기념포럼에서는 퓨전악기와 가믈란이 연주된 바 있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한국동남아학회 연례학술대회도 다양한 문화 행사가 포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김동엽 차기 회장 선출,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 선정 '낭보'

 

한국동남아학회는 학술대회 중간에 임시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하였다.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김동엽 원장이 선거 참여 회원 100%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다. 김동엽 회장은 학회의 안정적 운영과 국제화 강화의 적임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임기는 6개월 뒤인 2025년 3월 1일부터 2년간이다. 학회장을 미리 선출한 이유는 차기 집행부를 꾸리고 업무 인계를 받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리더십 교체로 인한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번 선거는 준회원(대학원생 회원)이 처음 참여한 선거였다는 의의도 지닌다.

 

 

총회를 마친 뒤에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가 10대1의 경쟁을 뚫고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서명교 소장의 책임 아래 “꼬레아, 까울리, 한꾸억: 재한 동남아시아인의 다국적 정체성과 신(新)코스모폴리탄 한국인으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6년간 연구할 수 있도록 한국연구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되었다. 1990년 연구소 개소 이래 최초의 쾌거에 대해 우리 회원들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였다.

 

한국동남아학회가 제안한 한-아세안협력기금(AKCF) 사업도 한-아세안사업관리팀(AKPMT)의 컨설팅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아세안 측 검토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학회는 한-아세안협력기금과 역사를 함께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기금 초창기부터 사업에 참여해 왔다. 그렇지만 2017년부터 8년간 참여하지 못했다. 다시 사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이번 집행부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세차례 수정 작업을 거쳤다. 지난 달에 아세안 측 핵심파트너인 아세안대학연합(AUN) 사무실을 방문하여 촌팃 티라팃(Choltis Dhirathiti)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우리 사업의 수정 내역을 공유하였고 내년 초 사업 출범을 목표로 공조할 것을 결의하였다.

 

 

격랑의 세계를 한국과 아세안이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헤쳐나가려면 한-아세안 학술교류는 필수불가결한 기반이다. 한국동남아학회가 제안한 협력 사업이 선정된다면 매년 한-아세안신진학자워크숍과 한-아세안학술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동남아학회가 한-아세안연대의 명실상부한 주체로 다시 활약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전제성 회장은?

 

한국동남아학회 제17대 회장인 전제성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강대 학부 전자공학과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인도네시아 민주화 시기 노동운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후에 사단법인 한국동남아연구소 창설을 주도한 바 있고 연구소의 한국동남아학회 통합도 제안하여 학회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전북대에서 동남아연구소 설립 6개월 만에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연구소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 연구과제인 “사람 중심의 동남아 노동 보건 복지 연구”가 2023년 정부지원 우수연구성과 50선에 선정되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전국의 학생 및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삼는 부산외대-전북대 동남아언어캠프를 창설하고 6년간 개최함으로써 언어캠프를 국립대학육성사업의 대표 성과로 끌어올렸다. 최근에 [해외지역학 교육의 개방과 연대]라는 전동연정책연구를 발간하였다. ‘개방과 연대’는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조직 원리이자 전제성 교수의 교육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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