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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성 회장 “한국-아세안 연대 중심 동남아학회, 내년 더 커질 것”

[특별기고] 전제성 한국동남아학회장, 2023년 보내고 2024년 준비 잰걸음

 

 

2023년 토끼의 띠 계묘년(癸卯年)이 끝나가고 있다. 며칠을 지나면 2024년 용의 띠 갑진년(甲辰年)을 맞이한다.

 

올해 2월 초에 온라인 선거 참여 회원 100%의 지지를 받아 2년 임기의 제17대 한국동남아학회 회장으로 당선되었을 때 해보고 싶은 일이 참 많았다.

 

행정 중심의 집행부와 별도로 국가별, 주제별 연구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학회의 포괄성, 확장성, 반응성을 높이고자 15개 연구분과위원회 위원장을 위촉하였다.

 

2017년 이래 중단된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을 부활시키고자 사업제안서 작성에 박차를 가했다.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학회의 법인 업무 체계를 정비하려고 법인 대표를 변경했고 산하에 한국동남아연구소를 실질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해 홈페이지 합체 작업부터 시작했다. 모두 출마할 때 밝힌 3대 공약의 실천 과정이었다.

 

세밑을 맞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들도 있고, 부족한 것도 눈에 띈다. 그리고 새해 일출처럼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들과 희망도 솟아난다. 2023년을 돌아보고 2024년 희망을 노래하고 싶은 날들이다.

 

 

■ 바닥난 재정, 열화같은 회원들의 성원 ‘재정위기’ 탈출 뿌듯

 

공약을 실천을 하려고 뚜껑을 열어보니 학회의 재정은 바닥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회원들에게 재난에 처한 학회를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호소했다. 진심은 통했다. 임원들은 물론이고 원로부터 대학원생까지 기부금, 이사회비, 평생회비, 연회비를 납부해주었다.

 

새로 회비를 내고 가입한 회원의 수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덕분에 학회 사상 최대 자금이 모아졌다. 눈물겨운 분투로 재정 위기도 극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과정에서 회원들의 학회 사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 참으로 뿌듯했다. 그래서 회원들의 각별한 성원에 부응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절감하고 있다.

 

■ 역대급 참석 8월 연례학술대회와 발표회 등 다채로운 학술행사 풍성

 

 

어려운 와중에도 8월에는 역대급으로 많은 회원의 참가와 교류 기관들의 후원 덕분에 전북대에서 연례학술대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반가운 회원들이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밖에 예년처럼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와 네 번의 한국동남아연구소 월례발표회를 마련했고 KIEP 세계지역연구학술대회도 공동개최했다. 새로운 회의도 있었다. 한-베통일포럼과 울산글로벌ODA포럼은 새로 출범했다.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싱크탱크네트워크(NEAT) 워킹그룹회의는 13개국 싱크탱크 파견자 전원 참석으로 성사되었다. 동남아연구 한-일공동학술대회는 6년만에 대면으로 교토대에서 개최되었다.

 

 

이러한 학술회의는 내년에도 개최될 것이나 올해보다 더 큰 대회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동남아학회의 연례학술대회는 대학, 학문, 국적의 경계를 넘어 모든 동남아연구자가 함께하는 토론장이 되어야 한다. ‘전국동남아연구자대회’로서 다같이 어울리는 자리가 되도록 주요 기관 대표들을 접촉하고 있다.

 

■ 한국-인도네시아 수교50주년 행사...동남아학회와 함께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일련의 특별 행사(한국-인도네시아포럼 및 2회의 북컨퍼런스)를 함께 마련하며 학회와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이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수교50주년 기념의 해를 보내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국의 대화가 두 나라의 이해관계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국이다. 우리 측이 인도네시아 측과 대화할 때 지역적-지구적 사안도 의제로 포괄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학회가 관학 협력의 창구로 일회성 아닌 정례화 필요”

 

학회 행사 외에도 학회장을 찾는 많은 회의에 참석했다. 각계의 다양한 요청에 부응하며 느낀 점은 관학협력이 일회성이 아니라 정례화와 관습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기관의 동남아 담당자가 빈번히 교체되고 학회 집행부도 2년 주기로 바뀐다. 조직 대 조직의 소통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사람에 따라 협력 수준이 달라진다. 새로 부임하면 알리고 한 해 최소 한 번은 학회 측과 만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학자들의 의견을 듣는 관행이 생긴다면 더 체계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연례학술대회에 참여한다면 많은 학자들을 일거에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학회의 기관회원으로 가입한다면 학회 행사 소식과 계획을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상시 접할 수 있다. 학회가 이번에 조직한 국가별, 주제별 연구위원회도 관학협력의 실질적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 더욱 가까워진 한국-동남아, 한-아세안학술교류 복원 필요성

 

주변을 돌아보면 동남아연구자들이 요즘처럼 바쁜 때가 있었나 싶다. 과거 정권의 신남방정책 효과가 누적된 결과일 수도 있고, 현 정부의 한-아세안연대구상(KASI)이 저돌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와 동남아의 사회경제적 관계가 더욱 긴밀해져 지식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긴 안목에서 전략적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현재 KASI는 여러 프로그램의 조합이어서 전략적 마인드는 선명하지 않다. 전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학술교류가 누락된 것이 KASI의 최대 결손이다. 그러므로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는 한국동남아학회가 내년에 펼치고자 하는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에 주목해야 한다.

 

■ 동남아 지역연구 미래세대 육성 절실...현지조사 지원 부활 최대 과제

 

우리 회원들이 정신 없이 바쁘다는 것이 꼭 좋은 현상은 아니다. 지식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탓도 있기 때문이다. 250여 회원 가운데 은퇴회원이 3분의 1을 넘어서지만 신진학자의 출현은 은퇴 회원의 빈자리조차 채우지 못한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상호 깊은 이해에 근거한 협력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망도 부정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신아시아외교가 신흥지역연구지원사업을 수반했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전략적 지역연구를 지원했으나, 현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과 KASI는 해외지역연구 지원정책을 결여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전반적 연구지원을 삭감하고 해외지역연구 기관에 대한 기존의 지원 범주마저 없애버렸기에 동남아 관련 대학연구소들의 전성기는 곧 종료될 것이다. 우리 연구자들이 학회로 힘을 모아야 할 때가 곧 온다.

 

 

한국동남아학회는 대학원생 현지조사 지원제도를 통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동남아연구 학위논문을 작성하려는 국내 대학원생 94명의 동남아 현지조사 비용을 지원하여 동남아연구 석사 51명과 박사 43명을 배출하는데 기여하였다.

 

우리 학회의 자랑이었던 대학원생 현지조사 지원은 한-아세안협력기금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으나 2017년부터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이다. 우리 학회는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을 부활시켜 대학원생을 동남아 필드로 다시 내보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투여하고 있다. 이것이 학회의 내년 최대 과제이며 그 성사 여부에 한국 동남아학계의 운명이 걸려있다.

 

글쓴이=전제성 한국동남아학회장 jjes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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