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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피플] 전제성 회장 “첫 직선 ‘동남아학회’ 다시 도약할 때 왔다”

제17대 한국동남아학회장 선출,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 부활-전국동남아학대회 준비

 

 

한국동남아학회가 32년 역사에서 첫 직선 회장을 탄생시켰다. 바로 전제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전 교수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공학도에서 정치학도로 변신한 남다른 이력을 가졌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정치학도로 변신했다. 서강대서 정치학 석사,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를 땄다. 그가 동남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필리핀과 태국의 민주화에 이어 수하르토 치하 인도네시아 역동적인 정치변동이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치변동은 이십대 후반 대학생 마음을 뒤흔들었다. 2001년 그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동부자바에서 박사학위논문 작성을 위한 현지조사를 하고 쓴 논문은 서울대 우수논문상을 수여했다.

 

이후 전북대 동남아연구소를 설립해 4년간 전국 학회와 ‘개방과 연대’ 정신을 실천하면서, 부산외대와 함께 동남아언어캠프를 열었고, 전국단위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도 다섯 차례를 열었다.

 

 

제17대 한국동남아학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세 가지 공약을 세웠다. 우선 국가별-주제별 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학회의 포괄성과 영향력을 강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법인 운영체계를 정립하여 조직 통합을 완수하는 것이다. 또한 한-아세안협력기금을 수주하여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을 부활하는 것이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대학 연구소 대표들과 함께 전국동남아학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 부활시키겠다”는 전제성 신임 한국동남아학회장을 만나봤다.

 

■ “새 회장의 가장 큰 소명은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의 부활”

 

Q. 선거과정을 통해 선출된 최초의 한국동남아학회장으로 뽑혔다. 소감을 듣고 싶다.

 

A.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국동남아학회 32년 역사에서 후보 등록, 공약 발표, 온라인 투표에 이르는 절차를 거친 학회장 선거는 처음이었다.

 

이런 사상 초유의 선거에서 참여한 많은 회원 분들이 전원 찬성으로 저를 뽑아주셨기에 우리 학회의 새 출발을 바라는 회원들의 열망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Q. 임기가 2023년 3월 1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2년이다. 제17대 학회장으로 하고 싶은 것은?

 

A. 저는 우리 학회의 활성화를 위해 3대 공약을 회원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국가별-주제별 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학회의 포괄성과 영향력을 강화하고, 법인 운영체계를 정립하여 조직 통합을 완수하고, 한-아세안협력기금을 수주하여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학회는 주로 집행부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앞으로 열 개 이상의 연구 소모임 결성을 지원하여 회원들의 학술적 소통을 진작시키고 싶다. 인도네시아동티모르연구회나 말레이시아연구회 같은 국가별 연구위원회와 이주난민연구위원회나 보건복지연구위원회 같은 주제별 연구위원회를 조직하고자 한다.

 

한국동남아연구소가 한국동남아학회 산하로 들어오고 학회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역사적인 조직 통합이 단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형식적 통합 수준에 머무는지라 실질적인 통합을 향해 전진하고자 한다.

 

가장 큰 소명은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의 부활에 두고 있다.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은 한-아세안협력기금(ASEAN-ROK Cooperation Fund)의 지원을 받아 20여년간 추진되어 왔던 우리 동남아학계의 핵심 사업이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학자 학생 교류와 공동학술대회 및 공저 발간이 주요 내용이었다.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대학원생 학위논문 작성을 위한 현지조사 지원 프로그램이었다. 동남아 현지 지식을 갖춘 학문후속세대 육성을 위해 매우 절실한 이 프로그램을 임기 내 반드시 복원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계획이다.

 

 

■ “‘동남아학계의 지각변동’ 반영, 전국동남아학대회준비위원회 구성”

 

Q. 구체적으로 “학회의 모든 업무에서 대학 연구소들과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좀 더 설명해달라.

 

A. 지난 10여 년간 대학에서 동남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려는 연구소와 센터들이 증설되었다. 제가 우리 ‘동남아학계의 지각변동’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예전엔 대학 연구소 대다수가 소장이 누구냐에 따라 동남아를 연구하다말다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간헐적인 연구에서 지속적인 연구로 나아가며 대학 연구소들이 동남아연구에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 각 대학에 포진된 우리 회원들이 헌신한 덕분이다. 이런 변화에 조응하며 우리 학회와 대학 연구소들 간의 협력은 이미 수년전부터 시작되었다.

 

저는 기존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추가적인 협력방안도 발굴하고 더 많은 연구기관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테면 학회의 연례학술회의를 각 대학의 동남아연구기관들을 모두 포괄하는 대회로 개최할 것이고, 이를 위해 대학 연구소 대표들과 함께 전국동남아학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앞으로 부활시킬 한-아세안학술교류사업도 추진특별위원회를 통하여 주요 대학 연구소들과 함께 기안하고 분업할 예정이다.

 

■ “한국동남아학회, 18년간 연인원 94명 대학원생 현지조사 지원금 ‘놀라운 업적’”

 

Q. 한국동남아학회가 그동안 이뤄낸 성과를 정리해달라.

 

A. 1991년 6월에 창립된 한국동남아학회는 동남아연구자들의 친밀하고 정서적인 공동체로 발전했다. 소수에 불과했기에 서로를 더욱 필요로 했다. 학회지를 창간호부터 대학원생들이 게재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신진 학자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 1999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연인원 94명의 대학원생들에게 현지조사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런 업적은 대한민국의 어떤 학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현지어 자료의 활용과 현지 조사 방법에 익숙한 신진 학자들이 다수 배출되어 동남아학계의 학풍과 규모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한-아세안학술대회와 한-일공동동남아학술회의를 격년으로 열면서 매년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는 학회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침체도 부정할 수 없다. 한아세안협력기금을 활용할 수 없어서 2017년 이후 대학원생 학위논문 현지조사 지원프로그램은 사라졌다. 한국과 동남아를 돌며 개최되던 한-아세안학술대회도 중단되었다. 우리 학계의 양 날개 중에 하나였던 한국동남아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재정 위기에 처했다.

 

결국 2년에 걸친 소장학자들의 비상한 숙의를 거쳐 한국동남아연구소를 한국동남아학회 산하로 결합하고 학회를 사단법인으로 변경하는 조직 통합의 결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통합 결정 직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회 활동이 위축되면서 통합의 효과도 미미해 보였다.

 

창설 30주년 학술회의도 아쉽지만 화상으로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학회 활성화에 대한 회원들의 열망이 생성되었던 것 같다. 이제는 다시 도약할 때가 된 것이다. 

 

■ “민주화 시기 인도네시아 노동운동 연구 서울대 우수박사학위논문상”

 

Q. 개인적으로 동남아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전공도 동남아학이 아니라 정치학이다. 전공과 동남아를 어떻게 균형 있게 연구할 수 있는가?

 

A. 동남아에 대한 관심은 역동적인 정치변동 때문에 생겼다. 필리핀과 태국의 민주화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민주화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을 때였다.

 

특히 수하르토 독재 치하에서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전개되던 공장 파업의 물결은 이십대 후반의 대학원생을 매료시켰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거대한 이행’이라고 부를만한 엄청난 정치변동이 진행된다. 1997년 경제위기, 1998년 생계폭동과 대학생들의 의회점거시위로 인한 수하르토 대통령의 하야, 1999년 자유총선거와 동티모르 독립결정 주민투표, 2001년 와히드 대통령 탄핵, 2002년 동티모르 독립정부 수립, 2004년 대통령직접선거와 아체평화협정체결 등 정치학도가 꼭 알아야만 하는 대사건들이 이어졌다.

 

 

정치학은 국제적으로 인류학, 역사학과 함께 해외지역연구의 3대 학문에 속한다. 동남아지역학 대학원 과정은 김영삼 정권의 세계화 정책의 산물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생기기 시작했고 여전히 희소한 교육과정이다.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는 제각기 전통적인 학문 분야에 발을 담그고 외국을 사례연구하거나 비교연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다. 당시 정치학 교수들은 외국연구를 지망하는 대학원생들을 진취적이라고 격려하곤 했다.

 

저는 2000년 1월부터 2001년 5월까지 현지조사를 거쳐 민주화 시기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의 변화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서울대에 제출하고 우수학위논문상을 받았다. 그런데 저의 앞뒤로 받은 우수학위논문상도 현지조사를 거쳐 중국 연구 학위논문 작성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우리 정치학계가 해외지역연구, 특히 신흥지역연구의 가치를 인정하고 권장하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정치학에서 배우고 교육하는 추상적 이론은 경험적 조사연구와 상보적인 관계를 맺는다. 정치학은 정치현상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도록 돕는 이론들을 교육한다. 그런데 이런 이론들은 경험적 조사연구를 통해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여러 문화권의 여러 나라에서 입증될수록 이론은 강화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약화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치학이 발전해온 것이다.

 

 

정치학은 이론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이론도 여러 사례 연구를 축적하고 비교 연구한 결과로 생성된 것이다. 정치학은 인간이 처한 중대한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을 가능케 하는 학문을 지향한다. 이렇게 본다면 정치학과 동남아지역연구는 서로 배치되지 않고 서로 잘 조응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 “‘동남아가 뜬다’ 말 나와도 동남아 연구 신진학자 증가세 높지않아 아쉬움”

 

Q. 동남아-아세안 등 오랫동안 연구와 교류를 해왔다. 동남아에 대해 인식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완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많다. 짚어달라.

 

A. 학회의 입장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동남아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여전히 드물다는 점이다. 동남아를 우리 물건을 팔거나 사업을 하여 돈을 벌거나 관광하기 좋은 대상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만 학술적으로 연구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든 영역에서 동남아 연구 성과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고 있지만 공급은 계속 부족한 형편이다. ‘동남아가 뜬다’는 이야기는 1990년대부터 들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신진학자의 증가 추세는 의외로 평평한 편이다.

 

학문후속세대 육성을 위한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한-아세안협력기금을 수주하여 우리 학회의 대학원생 현지조사 지원제도를 기필코 부활시키겠다는 사명 의식으로 우리가 무장해야 될 때다.

 

 

 

■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4년간 전국연구자들과 ‘개방과 연대’ 실천 보람”

 

Q. 교수님이 몸담고 있는 전동연과 학회 및 다른 연구소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할 계획은?

 

A. 신생의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전동연)는 지난 4년간 ‘개방과 연대’의 정신으로 활동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사람 중심의 동남아 노동-보건-복지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희소한 연구자들을 규합했다. 부산외대와 함께 협력하여 동남아언어캠프(아시아특수언어캠프)도 매년 방학마다 개최했다.

 

한국동남아학회지 [동남아시아연구] 필진들과 함께하는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도 다섯 차례나 성사시켰다. 교토대 동남아지역연구소와 번갈아가며 초대하는 한일공동동남아학술대회도 부활시켰다. 동남아언어캠프는 교육부 지원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고, 전동연의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사회과학단의 우수 성과로 추천되었다.

 

전동연의 성과는 대학의 경계를 넘어 연대할 때 우리가 창출할 수 있는 힘의 정도를 보여준다. 이제 제가 학회장이 되었기에 전동연은 학회 사무국 역할을 겸하게 되었다. 전동연의 연구원 전원이 학회 임원과 간사로서 봉사하게 될 것이다.

 

 

각 대학 연구소들도 우리 모두의 공공재이자 공동체인 한국동남아학회의 발전에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해 주었다. 이렇게 헌신과 연대의 열정이 충만한 시기에 한국동남아학회를 책임지게 된 저는 참으로 행복한 학회장이다.

 

 

전제성 교수는?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동아시아-다문화융-복합연계전공 주임교수와 동남아연구소 소장 직을 겸하고 있다. 민주화 시기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의 변화에 관한 논문으로 2002년에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인도네시아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한인기업, 외교관계, 고등교육, 보건개혁 등에 관한 연구도 수행한 바 있다.

 

최근 10년간 『인도네시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인도네시아』, 『맨발의 학자들』, 『말레이세계로 간 한국기업들』, 『한국의 동남아시아연구』, 『동남아시아 농업분야 개발협력사업 성공요인 분석』, 『한국 시민사회의 동남아시아 연대운동』, 『인도네시아 노동체제와 한국기업의 적응에 관한 연구』, 『코로나19에 맞서는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건강보장』 등의 책을 공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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