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3] 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 ‘한-태 소사이어티’ 창립
인구 6억 5000명의 아세안(ASEAN)의 시장이 몰려오고 있다. 아세안은 해양국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대륙인 인도차이나 쪽 베트남,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10개국이다.
여기에다 아세안을 둘러싸고 있는 13억 명의 인도, 13.8억 명의 중국 등 거대한 인구를 토대로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아시아 경제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로 국민들에게도 ‘아세안’이라는 말이 아로새겼다.
아세안익스프레스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띠해의 맞아 인사이트 있는 아세안 전문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쥐띠해, 그것도 힘이 아주 센 ‘흰쥐의 해’에 뜨겁게 타오르는 아세안 시장을 주목해보자.
태국 편은 부산 외국어대 김홍구 교수다. 그는 “태국은,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유럽 식민지로 전락했던 20세기에 식민 통치를 피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메콩강’을 중심으로 한-태국의 한 차원 높은 새 관계가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중 태국 총리부인이 부산외국어대 깜짝 방문”
질문1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기 바란다.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198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를 수립한 이후 30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30년 미래 협력 방향을 제시하며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년간의 신남방정책을 점검하고 그것을 아세안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에서 열리게 돼서 개인적인 감회가 깊다.
부산은 앞으로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협력허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메콩 정상회의는 2011년 이래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쌓은 양측의 우호관계를 정상급 회의로 격상해 개최한 첫 회의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질문2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태국 총리부인이 부산외국어대를 방문하고 태국어과 수업 참관을 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도 부산외국어대에서 미얀마 학과 학생들을 만났다. 방문의 의미를 정리해 달라.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가한 태국 총리 부인과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11월 25일 잇따라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를 방문했다.
오전 부산외대를 방문한 나라펀 짠오차 태국 총리 부인은 태국어 전공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강의실을 찾아 참관하고 학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류와 한국에서의 태국어 교육에 대해서 특히 관심을 보였다.
자신과 남편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태양의 후예’ TV 드라마를 즐겨 보았으며, 주연배우인 영화배우 송중기씨를 좋아한다고 했다. 캠퍼스를 둘러보고 2017년 태국 현지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야루엉’의 배경이 된 만오기념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은 이날 오후 부산외대에서 토론회를 열고 부산외대 미얀마어 전공 학생과 미얀마 유학생 등 70여 명과 미얀마 역사, 문화, 경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부산외대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얀마어과가 설치된 것을 알고 방문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학생들이 왜 미얀마어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는지 궁금해했으며 학생들이 미얀마가 발전 가능성이 있어서 배우게 되었다는 답을 하자 국가대표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16개 언어를 가르치는 부산외대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 “한-아세안 30년,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
질문3 지난 30년 동안 한국과 아세안 관계발전 속에서 과거 아세안에 대한 인식과 지금의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거 우리에게 동남아(아세안)는 월남전(베트남전), 킹스컵, 메르데카배 축구로 알려진 곳이다.월남전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동남아는 그저 ‘머나먼 남쪽 나라’요,남쪽 하늘에 ‘十’ 자 모양으로 보이는 별이라고 하는 십자성의 고향쯤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월남에 파병된 부대 중에는 ‘십자성부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기념하는 국제 축구대회인 킹스컵이나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배 축구대회가 열리게 되면 흑백 TV와 라디오 앞에 앉아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아나운서의 중계 멘트에 가슴이 뛰던 적도 있다.
베트남 구엔반티우-호지명, 라오스 쑤파누옹, 캄보디아 시하누크-론놀-키우쌈판, 인도네시아 수카르노-수하르토,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등 귀에 익숙한 이름들 대부분은 내전,공산주의,권위주의와 독재자 등의 이미지와 연상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냉전 종식과 함께 동남아에도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오고 지역정세가 안정되면서 동남아에 대한 인식은 바뀌기 시작했으며 아세안이라는 지역협력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과 아세안은 1989년 대화관계 수립부터 긴밀하고 포괄적인 관계를 맺어왔으며, 오늘날 다방면에서 주요 핵심 파트너로 발전되었다. 양측간에는 2009년 FTA가 완결되고, 양자관계는 2010년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며, 인적 교류도 매우 활발하다.
경제적으로 아세안은 제2의 교역대상이자, 건설수주 시장이며, 해외투자 대상지역, 한국은 아세안의 제5의 교역대상으로서 서로에게 필수적인 경제 협력파트너다. 또한 아세안은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1994년도에는 동남아 지역 안보 포럼인 ARF 참가, 1997년 한-중-일을 초대하여 제1차 아세안+3 정상회의를 개최, IMF 외환위기 후에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확대하였다. 2009년 3월에는 한-아세안 교역 증진 및 투자촉진, 관광 및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하여 서울 소재의 한-아세안 관련 최초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를 설치했으며 2017년에는 부산 소재 아세안문화원을 설치했다.
한국과 아세안간의 남다른 관계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5년에 한 번씩 세 차례씩(2009, 2014, 2019)이나 한국에서 개최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아세안은 경제, 외교-안보, 인적-문화교류 등 모든 면에서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동반자관계라는 인식이 강하게 되었다.
■ “30년 주년 맞아 태국에는 한류, 한국에는 ‘태류’ 생겨 기쁘다”
질문4 교수로서 30년주년을 맞아 태국과 한국 관계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태국에는 ‘한류’가 주요한 사회적 현상으로 뿌리내리고 있으며, 한국에는 그 반대 현상으로 ‘태류’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사실이 가장 인상적이다.
현재 한류는 태국에서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 TV 드라마, 대중음악 뿐 아니라 음식, 패션, 게임, 애니메이션, 휴대폰, 전기제품 소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성형수술을 광고할 때도 ‘한국 연예인처럼 예쁜’이라는 말이 나오고, 화장품 광고도 ‘한국인처럼 하얀’이란 문구를 사용한다.
태국 속 한류에 대한 제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자면, 수년 전에 태국 왕실의 씨린턴 공주(둘째 공주)와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방콕 쑤쿰윗 한인타운을 견학하는 행사가 있었다. 한국 음식, 문화, 상품이 소개됐고 필자는 `태국 속의 한류와 한국 속의 태류`를 주제로 강연할 기회를 가졌다.
씨린턴 공주는 당시 태국 TV에서 절찬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선덕여왕을 거론하며 “미실이 죽고 나서 드라마가 재미없어진다”고 말할 정도로 한류에 큰 관심을 보여줘 아주 인상적이었다.그러나 강연 후반부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태국문화를 훼손시킬 가능성과 태국 젊은이들이 무분별하게 한국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태국에서의 한류 영향력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 속에서도 태류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그 선도층은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이민자들을 비롯해서 음식, 영화, 관광 등이 있다. 이러한 한류와 태류 두 가지 현상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태국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가 한국을 선택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태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한류를 경험한 태국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한류도 태류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가끔씩 돌출되곤 하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들 문제는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켜 한류 전파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아직까지 영향력이 크지 않은 태국 대중문화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태국인들의 한국 대중문화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 “신남방정책 한 국가에만 집중되는 것은 우려...태국도 전략적 대안 충분”
질문5 태국어과 교수로, 한-태 소사이어티 상임대표로 ‘신남방정책’속에서 태국의 위상을 전망해달라. 현재 태국은 베트남에 밀려나 있는 상태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은 외교 다변화를 위해서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최근에 베트남 한 국가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신남방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변화된 국가로의 접근법이 요구된다. 사드 문제에 따른 중국의 대한국 경제 조치에서 보듯 한국이 특정한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러한 점에서 태국을 전략적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이어 경제 규모 2위를 자랑하는 태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나라다.
아세안 국가별 교역 순위에서 5위이며, 투자순위에서는 8위다. 한국과의 경제협력 분야 중 특히 투자 분야가 미약한 셈이다. 태국은 베트남에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열세 국면을 벗어나고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경제 정책이 ‘타일랜드 4.0’과 동부경제회랑(EEC, Eastern Economic Corridor) 개발 계획이다. 동부 지역에 고부가가치 산업과 함께, 철도, 공항, 도로 등의 교통 인프라 투자를 집중시켜 경제특구를 구축하는 것이다.
태국에서 한국은 과학기술이 발전된 나라이며, 정보통신(IT)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어느새 태국에는 한류와 함께 IT도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된 셈이다. 또 한류라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는 우리 기업들의 막강한 지원세력이 되고 있다. ‘타일랜드 4.0’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 ICT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 산업, 스마트 시티, 스마트 피플을 구현하고자 하는 중장기 국가발전 계획이다. 모두가 IT·첨단기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한국투자는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태국 투자는 지리적으로 주변 아세안 국가들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동부경제회랑 개발은 아시아의 산업 생산기지 및 물류 허브로 발돋움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지역은 미얀마, 태국, 라오스, 베트남을 잇는 동서경제회랑과 태국, 라오스, 중국을 연결하는 남북경제회랑의 중심이 돼 명실공히 태국은 동남아의 허브가 될 것이다.
넥스트 차이나의 대안을 베트남에서 찾았듯이 ‘베트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태국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국가별 전략적 다변화를 강화하고 특정 국가에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균형 잡힌 신남방정책을 기대해 본다.
■ “태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핫 키워드는 국왕과 불교”
질문6 한국 사람들이 태국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할 가장 핫 키워드는?
태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키워드는 국왕과 불교다. 태국의 삼색기(통뜨라라이롱)색깔 중 백색이 뜻하는 것이 종교이며, 청색은 국왕을 의미한다. 태국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국민들의 95% 이상이 믿는 지배적인 종교는 (상좌부) 불교다.
불교는 쑤코타이 왕조(1238~1438) 이래 고대 태국의 왕권을 정당화하는 통치 이데올로기이자 민중의 신앙대상으로서 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태국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다.
태국인들은 불교적 가치관-탐분, 남짜이, 마이뻰라이, 끄렝 짜이, 짜이옌 등-을 갖는다. 불교에서 공덕을 쌓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탐분(tham bun: 공덕 쌓기)’ 의식은 태국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 중 하나다. 탐분은 불교적 가치관을 대표하는 태국인의 정신이 반영된 의례화된 행위다. 태국인들은 불교의 교리에 따른 선업선과(善業善果), 악업악과(惡業惡果)의 법칙을 믿고 있으며, 그에 따라 승려나 사원, 또는 불우이웃에 대한 탐분 행위를 일상화하고 있다.
태국인은 ‘남짜이’, 즉 우리말로 인정(人情)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불교의 가르침인 자비로움과도 같은 것이다. 태국인들의 인정은 친구나 이방인들을 친절하게 대할 때 잘 나타난다. 이방인이 농촌마을을 방문했을 때 그들을 친절하게 대접하는 것이 바로 이 남짜이라 불리는 태국인들의 심성이다.
‘마이뻰라이’ 역시 불교의 정신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태국인 가치관의 일면이다. 태국인들은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체념이 빠르다. 태국인들은 마이뻰라이(Mai Penrai, ‘천만에요’ 또는 ‘괜찮아요’라는 뜻)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 데 불교의 업의 교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현세의 행, 불행이 모두 과거 선업과 악업의 소산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탐분, 남짜이, 마이뻰라이 등은 불교의 교리와 가치가 표현된 태국인 정신세계의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 개념들이다.
짜이 옌은 냉정함을 의미한다. 냉정함이란 어떤 일에 간섭하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함을 뜻한다. 냉정함을 갖고 불행한 일을 피하며 각 상황에서 즐거운 것을 취하기 때문에 태국인은 다른 사람들과 직접 충돌하는 것을 회피한다.
태국인들은 다른 사람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괴롭힘으로써 생겨나는 불필요한 갈등을 극력 회피하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사회적 조화를 깨뜨리는 위험한 일이며 무지하고 미성숙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직접 불만을 표출하거나 내색하지 않았다. 태국인들의 이러한 성격을 ‘끄렝짜이’라고 한다.
■ “식민지배 위협을 극복한 국왕과 왕실에 대한 태국국민의 존경심 높아”
질문7 한국 사람들이 태국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할 가장 핫 키워드는?
태국은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유럽 식민지로 전락했던 20세기에 식민 통치를 피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이에 대한 자부심과 외교술에 대해 자존심이 강하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혁명으로 수코타이 왕국 이래 약 700년간이나 지속되어 왔던 절대군주제가 붕괴되었다. 하지만 근대화를 성공시키고 서구외세의 식민지배 위협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국왕과 왕실에 대한 존경심은 태국 국민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태국 입헌군주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사람이 바로 2016년 서거한 라마 9세, 푸미폰 국왕이다. 1946년 즉위 당시 19세였던 푸미폰 국왕은 스위스의 로잔대학(University of Lausanne)을 수료하고 1950년 귀국하여 공식 대관식을 치른 후 입헌군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는 성공적인 입헌군주직을 수행함으로써 1986년 12월 5일 60회 생일에 푸미폰 대왕(King Bhumibol Adulyadej The Great)으로 추대되어 입헌군주로서는 최초의 대왕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을 뿐 아니라 1988년에는 태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국왕이 되었다.
재위 70년 동안 푸미폰 국왕은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 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 푸미폰 국왕은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불법(佛法)에 따라 행동하고 통치한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심어주며 진정한 불교도 국왕의 자질을 보여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푸미폰 왕이 실행한 왕실개발계획(농촌개발계획)인데, 이는 모든 국민들에게 ‘우리를 잘 살게 해준 아버지 같은 왕’으로 각인시켰으며, 또한 그 공로로 유엔으로부터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런 자질과 정치사회적 능력을 입증하면서 카리스마를 갖게 된 입헌군주 푸미폰 국왕과 왕실에 대해 국민들은 큰 존경심을 표하게 되었다. 2016년 푸미폰 국왕이 서거하고 현재는 그의 아들인 라마 10세, 마하와치라롱껀 국왕이 입헌군주로서 그의 뒤를 이어가고 있다.
■ “한해 4000만 명이 찾는 관광대국, 관광지 왓 프라 깨우, 음식 팟 타이-똠 양 꿍 추천”
질문8 태국의 가장 추천할 관광지와 음식은?
2018년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4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태국은 관광대국이다. 글로벌 신용카드업체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해마다 발표하는 ‘글로벌여행도시 지수 2019(GDCI: Global Destination Cities Index)’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수 기준으로 방콕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방콕은 2018년 2278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해 1위에 올랐다. 2위는 1910만 명의 프랑스 파리, 3위는 1900만 명의 영국 런던이었다. 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관광객 수 상위 20위 도시에 3곳이 선정되었다. 방콕 1위, 푸켓 14위, 파타야 15위다.
수많은 관광명소 중 방콕의 전통적인 관광명소를 꼽자면, 우선 왓 프라 깨우(Wat Phra Kaew)를 들 수 있다. 현 왕조의 시조인 라마 1세가 방콕을 수도로 지정하며 만든 왕실사원으로, 태국 국민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프라깨우(에머랄드)불상이 있다.
방콕 왕궁(The Grand Palace)은 우리나라의 경복궁과 같은 정궁 역할을 하는 곳이다. 왓 포(Wat Pho)에는 태국 최대 규모의 와불상이 있다. 왓 아룬(Wat Arun)은 태국 관광청 로고로 쓰일 만큼 상징적인 곳으로 새벽 사원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왓 아룬은 왓 포 사원 강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특히 일출이나 일몰 때 바라보는 사원의 외관이 매우 유명하다.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는 노점상, 기념품 가게, 다양한 숙소 및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는 방콕의 이태원 같은 가장 핫한 여행자의 거리다.
태국음식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평야가 많고 수로가 발달해 있어 쌀 채소 과일 물고기가 풍부하다. 또 불교 국가인 태국에는 음식물에 대한 종교적인 금기가 없다는 점, 아름다운 음식 모양이나 맛을 추구하는 왕족과 귀족 등도 음식문화 발달에 일조해 왔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태국 음식 세계화를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2001년 태국 정부는 상무부 수출진흥국 산하에 태국음식세계화본부를 둔 이래 2004년부터 태국음식세계화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태국 음식은 세 가지를 들 수 있겠다. 팟 타이는 태국의 쌀국수 요리다(팟은 볶다는 의미). 국수와 함께 달걀, 남 쁠라(어장), 타마린드 주스, 붉은 고추, 새우, 닭고기, 두부 등을 넣고 고명으로 고수, 라임, 으깬 땅콩 등을 얹어 만든다. 똠 얌 꿍등과 함께 태국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다.
똠 양 꿍은 세계적인 수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똠은 끓이다, 얌은 타이식 샐러드의 일종, 꿍은 새우라는 뜻이다. 즉 ‘새우 샐러드국’이라는 뜻이다. ‘샐러드’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는 얌에 쓰이는 향신료들이 똠 얌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새우, 레몬그라스, 양송이버섯, 방울토마토, 카피르 라임 잎, 생강, 고수, 칠리페이스트, 피쉬소스, 라임즙 등을 물에 놓고 끓인 수프이다.
쏨 땀은 태국식 국수인 ‘팟 타이’, 새우 수프인 ‘똠 얌 꿍’과 함께 태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중 하나다. ‘쏨’은 신 맛의 음식을 의미하며, ‘땀’은 절구에 빻는다는 의미다.
덜 익은 파파야를 썰어서 만든 시고 매운 맛의 태국식 샐러드다. 태국식 찹쌀밥(카우 니아우)이나 닭튀김 등 다른 음식과 함께 먹으며, 태국 식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다. 한국의 ‘김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쏨 땀의 주재료는 그린파파야, 당근, 땅콩, 말린 새우, 방울토마토, 매운 태국 고추, 마늘, 라임, 남쁠라, 고수, 설탕이다.
■ “태국 T-POP에 K-POP을 접목 시도 TK POP로 진화 주목”
질문9 태국에서 한류의 새로운 트렌드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과 태국문화를 융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 : TK POP’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2000년대 초 이후 일방적인 한국 대중문화 수출이 주를 이루던 태국 속 한류는 점차 두 가지 진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태국적 요소가 가미된 대중문화’의 출현이다.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문화 드라마나 다양한 TV 프로그램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TV드라마 ‘불꽃’에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장소가 태국의 휴양지 팟타야였다.
이 드라마는 태국에서도 방영돼 한국에 대한 태국인의 친밀감을 높였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중에는 태국인이 유독 많다. 아이돌 그룹 2PM의 닉쿤뿐 아니라 태국과 한국을 잇는 연예인(bridge entertainer)이 늘고 있다. 태국 가수 낫 티우는 태국 연예계에 데뷔한 뒤 기획적으로 한국 무대를 두드리고 있는 첫 케이스가 되었다. 가장 최근에 눈에 띄는 가수는 블랙핑크의 리사다.
두 번째 진화 현상은 첫째와는 반대의 경우로 태국에서 한류를 태국 대중문화물에 가미시켜 그들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태국 영화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제작 방식이다. 태국영화 ‘우연As it happens’(2009년)과 ‘꾸언 믄 호 Hello Stranger’(2010년)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꾸언 믄 호’는 거의 전 과정을 한국에서 촬영했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유명 한국 드라마가 태국에서 잇따라 다시 제작되고 있다. 태국 트루(True) 채널은 한국 드라마 ‘커피 프린스’와 ‘가을동화’를 태국판으로 제작한 데 이어 ‘풀하우스’를 특별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고 보면, 태국 속 한류는 더 이상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류는 양국 간 문화의 교류와 수용을 통해 끊임없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하면서 발전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태국적 요소가 가미된 대중문화’의 출현과 한국을 배경으로 한 태국 문화상품의 경쟁력 제고는 호혜적이고 공생적인 성격을 띤다. 태국의 T-POP에 K-POP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TK POP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태국 시장 진출할 때 전통적인 사회-문화적 특징부터 이해해야”
질문10 한국 기업이나 민간이 태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주의해야 것은?
한국 기업이나 민간이 태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태국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필자의 208년 설문조사(한국-태국 비즈니스 문화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태국인에 대한 인식은 다음과 같다: 일을 할 때 느긋하다. 근면성과 성실성 등에 문제가 있다. 책임감이 없으며 수동적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소신껏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도 두려워한다. 노력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일을 할 때 급한 일부터 처리를 하는데 태국 직원들은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일부터 처리하고 다음 일을 시작한다. 급한 일이라고 해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딱히 보이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한편 태국인이 바라본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다음과 같다: 한국인은 성실하다. 업무 의욕이 강하다. 소리가 크다. 감정적이다. 성격이 급하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을 때 꼭 즉시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너무 지나치게 일을 빨리 한다.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 태국인을 무시한다.
한국인과 태국인은 각각 상이한 역사적 경험을 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 가치관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위의 대비되는 인식 차이는 사회적 가치관의 다름에서 기인한다.
태국의 전통적인 사회-문화적 특징은 주로 (상좌부)불교와 브라만-힌두교에서 기인하고 있다. 불교와 브라만교는 각각 개인주와 권위주의 성향과 가치관을 만들었다. 또한 태국인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불교 외에도 풍부한 자연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보강되고 있다.
태국인은 역사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해 누구에게 간섭을 당하거나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종교, 자연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다양한 가치관들-권위에 복종, 개인주의, 마이뻰라이(mai pen rai, 천만에요, 괜찮아요), 짜이옌(chai yen, 느긋함, 냉정함),끄렝 짜이(kreng chai, 불필요한 갈등을 극력 회피함), 쾀 싸눅(khwam sanuk, 즐기는 일) 등-이 형성되었다.
태국에 사는 한인과 현지 태국인의 사회문화적 관계와 여기에서 발생하는 갈등 양상을 서술하자면, 한인은 여러 층위의 현지인들과 관계를 유지하지만 대부분 고용자나 소비자의 위치에서 태국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이런 특별한 사정과 더불어서 위에서 언급한 이질적인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몰이해가 갈등을 유발시킨다.
태국에서는 현지인과의 접촉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는 회사(공장) 내에서의 양자 관계에서 가장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부정적인 상호인식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는 데 그것은 대부분 태국인의 개인주의, 권위주의, 낙천성, 끄렝 짜이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이다.
■ 한국-태국이 수교한 지 60주년되는 해 ‘한-태 소사이어티’ 창립 보람
질문11 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뭔가? 개인적으로 경자년 태국과 한국 관계에서 하고 싶은 일은?
제가 대학을 입학할 시기는 수출이 애국이라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한 시절이었다. 정부는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매달 주재하면서 수출을 독려했다. 정부는 ‘무역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수출 중심의 경제전략을 수립했다.
부존자원이 없어 인적 자원과 기술력을 무기로 삼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였기에, 당시로선 사실상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1973년 닥친 제1차 석유파동은 이제 막 뜀박질을 시작하려던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원유값이 뛰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불어났고 국내 물가는 급등했다. 이 시기에 한국의 건설회사들은 오일달러가 모여드는 중동시장에 뛰어들어 건설공사를 연이어 따냈고 중동특수를 만들어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막연하게 외국어를 공부하면 외국에 나갈 기회가 생길 것 같아 남들이 안 하는 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입학하여 처음 배우는(고등학교 때 배우지 않은) 태국어가 어렵다고 해서 중도에 탈락한 동급생들도 꽤 되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내게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2018년 한국과 태국이 수교한 지 60주년되는 해에 양국간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서 한-태 소사이어티를 만들었다(2018년 11월 창립). ‘한-태 소사이어티’는 한국과 태국간의 민간 교류, 외교-통상-정책 자문 및 개발 등 한-태 민-관-학의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두고 있다.
앞으로도 태국 지역 연구와 학술 세미나, 지역전문가 지원 등을 통해 태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국내외 지역전문가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한국과 태국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한-태소사이어티는 전 주태국한국대사, 전 주한태국대사 등을 고문으로 모시고 학계, 외교계, 연구소, 기업 등에서 두 나라 관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홍구 교수는?
부산외대 동양어대학장, 국제지역학회장, 한국동남아학회장, 한국태국학회장, 사단법인 한국동남아연구소장, 태국 한국문화원 자문위원,마하쭐라롱껀랏차윗타얄라이 불교대학 한국분교 명예학장,국회 아세안포럼 자문위원, 신남방정책 민간 자문단 위원, 한-태 소사이어티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