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사들이 미얀마 군부쿠데타 세력이 교사와 학생들을 학살한 것에 대해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8일 오후, 문화다양성교육, 다문화교육, 세계시민교육 네트워크 모임(아래 문다세)은 “지난 6일 오후부터 이틀 동안 국내외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성명서를 발의한 결과 2457명이 동참했다”고 발표했다.
제목은 “미얀마 교사, 학생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얼 가르쳐야 하나”는 질문 형식이었다. 성명 준비 시작 48시간만에 서명이 2000명을 넘었다. 문다세는 “이번 성명은 아시아 교육계에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성명서에는 한국 안팎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사들은 물론 교사출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강민정 의원(열린민주당),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그들은 “우리는 인류 공동의 번영과 평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교육가들이다...양곤 교육청 인근 시위 중 흘라잉따야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띤 뉘에 이 선생님과 ‘다 잘 될 거야’라고 적힌 티셔츠를 골라 입고 시위에 나온 19살 소녀 치알 신의 죽음은, 기어이 우리를 1980년 5월의 광주로 데려다 놓았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르치던 야학교사 윤상원과 광주 거리에서 맨몸으로 계엄군에 맞섰던 수많은 젊은이, 무차별 폭행, 그리고 발포까지...오래된 기억들이 오늘 우리 눈앞에 다시 펼쳐졌다”며 1980년 광주 5월의 슬픔과 분노를 되새겼다.
이어 한국에도 2만8000명이 넘는 미얀마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교실에서도 미얀마 아이들을 만난다. 1980년 광주의 고립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불러왔는지, 당시 광주 사람들이 가장 원했던 것이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였음을 우리는 잘 알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또한 “태권도를 좋아하던 열아홉 소녀의 죽음과 한국대사관 앞에 울리는 ‘우리를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한국어에 어떻게 응답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교육자들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의 시민 살상 중단 ▲한국 정부의 미얀마 쿠데타 세력에 대한 강력한 규탄 ▲유엔의 미얀마 유혈사태 중단 개입 등을 요구했다.
유엔은 지난달 1일 발생한 군부쿠데타 이후 시위대를 향한 군과 경찰의 총격으로 미얀마 시민 중 최소 55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총탄으로 숨진 19세 ‘태권소녀’ 치알 신(Kyal Sin)의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 티셔츠 문구는 한국인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성명서는 한국어, 미얀마어, 영어 등 3개 나라 언어로 발표했다. 미얀마 시민들에게도 전달할 예정이다.
박에스더 문다세 사회관계망 채널 개설자(현직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국 교사들에겐 새 학기로 너무도 바쁜 시기인데 이틀 동안 2500여 명의 교육자가 참가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선 미얀마 교사와 학생이 총탄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한국 교육자들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문숙 부산외대 교수는 “지난 6일 오후부터 이틀 동안 국내외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성명서를 발의한 결과 2457명이 동참했다”며 48시간에 많은 이들이 참석한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사태를 계기로 먼 동남아시아의 문제를 우리 교실에서의 다양성, 세계시민, 민주주의와 평화의 문제와 연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