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Bali)를 묘사하는 다채로운 수식어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발리는 동남아시아인들뿐만 아니라 지구촌 여행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세계적 휴양지입니다. 심지어 발리가 인도네시아 땅이라는 사실은 낯설더라도, 발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특히 고유의 예술과 문화는 발리를 동남아의 여느 휴양지들과 차별화시키는 자랑거리로 꼽힙니다. 힌두교의 토착 신앙화, 화산 지형이 주를 이루는 지리적 특성 등의 복합 산물로 일찌감치 발리만의 독창적 예술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던 1920~1930년경부터 서양 예술가들이 발리로 옮겨오면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예술인 마을로 유명한 우붓 지역을 중심으로 발리의 자연과 역사를 담은 수준 높은 회화 및 공예 작품 등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발리를 찾는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발리의 팔색조 매력에 매료된 서양인 부녀가 현지의 미적 감각을 재해석해 상품화한 예술 공간 두 곳을 소개합니다.
◇ 존 하디 우붓 워크숍(John Hardy Ubud Workshop)
발리의 아름다움에 반한 캐나다 출신의 미술가 겸 디자이너 존 하디는 1989년 주얼리 워크숍을 설립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주얼리 브랜드를 선보인 존 하디의 워크숍과 전시장은 우붓 중심가에서 차량으로 20분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결혼 예물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 발리만의 예술성과 독창성을 간직한 고급 주얼리를 생산하는 공방입니다.
실제 워크숍에서는 현지인 종업원들이 주얼리 제작 과정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발리 특유의 세공 기법을 활용해 신성시되는 용과 원숭이 등을 정성스럽게 제품에 새겨 넣는가 하면, 발리의 환경을 대표하는 대나무와 돌 등을 디자인으로 형상화하기도 합니다.(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 워크숍 내부 모습을 전달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미국으로 제품 대다수를 수출하고 있다는 발리 워크숍은 태국 방콕의 워크숍과 함께 존 하디 브랜드의 주요 생산 거점입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친환경 전시장에서는 존 하디 라인업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즉석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워크숍과 전시장 인근에서 쌀,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며 7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식사를 직접 해결하는 모습 역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 엘로라 하디 이부쿠(Elora Hardy IBUKU)
발리 공항에서 우붓으로 향하는 길에 아융 강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부쿠(IBUKU)’는 인도네시아 대나무 건축의 선두 주자입니다(인도네시아어로 각각 엄마, 나를 뜻하는 IBU와 KU를 합성한 IBUKU는 ‘우리 엄마’ 쯤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존 하디의 딸인 엘로라 하디는 1980년대 몇몇 서양 예술가들에 의해 태동된 발리의 대나무 건축을 본격화한 장본인입니다. 바로 젊은 디자이너와 건축가, 엔지니어들과 의기 투합해 2010년 럭셔리 대나무 디자인을 표방한 이부쿠를 선보인 것입니다.
엘로라 하디는 발리의 수공예 전통에 현대적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독창적인 대나무 건축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그리고 대나무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건축을 통해 럭셔리 개념의 재정의를 추구하면서 그린 스쿨, 그린 빌리지, 아름다운 대나무(BAMBU INDAH) 리조트 등 예술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대나무 건축을 완성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이부쿠의 밑거름이 된 발리 지역 사회와 꾸준히 교류하는 한편 대나무 건축의 미와 멋을 느낄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주로 이부쿠의 대나무 건축과 생활 예술을 체험하려는 문의가 연중 끊이지 않는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글 =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 junghwanoppa@gmail.com
방정환은?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으로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로 재직 중이다. 2013년 한국계 투자기업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로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입문 교양서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