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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기다림...75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됐다

제15대 총선서 다수당...24일 취임 선서 총리 업무 시작...마하티르는 은퇴

 

75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드디어 말레이시아 신임총리로 지명되었다. 그와 악연을 이어온 전 총리 마하티르는 선거에서 패배해 은퇴했다.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라 국왕은 24일(현지시간) 각 주 최고 통치자들과 특별회의를 연 뒤 안와르 전 부총리를 제10대 총리로 발표했다.

 

안와르는 이날 오후 5시 왕궁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총리 업무를 시작했다. 이로써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을 놓고 이어진 혼란이 일단 가라앉게 됐다.

 

그의 인생은 그 자체가 '파란만장'이다. 1990년대 후반 ‘차기 유력 총리’에서 일순간 축출, 옥고 끝에 다시 야권 지도자로 부활, ‘가시밭길’을 걸어온 지 20여 년 만에 총리에 오른 것이다.

 

■ 안와르 PH 83석 단독 과반 미달...PN 가까스로 과반 지지

 

지난 19일 실시된 제15대 총선에서 안와르가 이끈 희망연대(PH)는 83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으나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무히딘 야신 전 총리의 국민연합(PN)이 두 번째로 많은 73석을 얻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현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은 30석에 그쳤다.

 

말레이시아 선거 사상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각 연합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새 정부 출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선거에서 제3당이 된 현 집권 연합 BN이 PH나 PN을 지지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BN이 입장을 바꿔 PN을 제외한 정당을 지지해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꿈으로써 안와르가 가까스로 과반 지지를 얻게 됐다. 말레이시아 하원 222석의 과반은 112석으로, PH와 BN 의석을 합치면 113석이다.

 

총리 임명 권한을 가진 국왕이 나서 각 정당 지도자들과 의원들을 만나는 등 중재에 나선 끝에 어렵게 정부 구성이 이뤄졌다.

 

■ '마하티르의 후계자'였다 마하티르 눈밖 동성애로 옥고

 

안와르 신임 총리는 오랜 세월 야권에서 개혁을 외친 정치인이다. 1982년 35세 나이로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에 입당하면서 유력 정치인의 길을 시작한다. 이듬해 청소년스포츠부 장관에 오른 뒤 이후 4개 부처 장관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UMNO는 2018년까지 61년간 장기집권한 정당이다. 특히 1981년부터 22년간 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정부에서 안와르는 농업장관, 교육장관, 재무장관에 이어 부총리를 역임, 명실상부 '마하티르의 후계자'로 꼽혔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를 휩쓴 금융위기 국면 안와르는 마하티르와 정책 이견을 보이면서 눈 밖에 났다. 그즈음 마하티르가 장악한 UMNO의 부패에도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하티르와의 불화로 1998년과 2008년 두차례의 동성애 혐의 등으로 거의 1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1998년 마하티르는 안와르를 내치고 반대파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한때 자신의 후계자를 동성애 혐의로 기소했고, 푸른 눈으로 재판정에 나타난 안와르는 '마하티르 반대자의 상징'이 된다. 당시 경찰서장은 후일 안와르를 옥중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안와르는 6년만인 2004년 무죄로 밝혀져 풀려나 야권지도자로 변모해 당시 선거에서 야당의 약진을 이끌었지만, 2008년 동성애를 했다고 고발한 그의 전 보좌관으로 또 다시 수년간 재판을 받았다. 2015년 다시 동성애 혐의로 수감됐다. UMNO의 권력은 그만큼 강력했고, '배신'의 대가는 씁쓸했다.

 

■ 마하티르 전 총리와 연대해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 후 다시 배신 당해

 

이 구도가 달라진 것은 2018년 총선이었다. 2018년 ‘나집 라작’ 총리가 부패스캔들이 휩쓸리자, 다시 UMNO에서 총리를 지낸 마하티르 전 총리와 연대해 말레이시아 독립 이래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뤘다.

 

마하티르는 15년 만에 총리로 복귀해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내분이 일어났다. 총리가 된 마하티르는 2년여 통치한 뒤 안와르에게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내분 속 연정은 3년 만에 와해됐다.

 

정권은 UMNO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이 창당한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을 이끄는 일종의 ‘제3 세력’, 무히딘 야신 총리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을 지고 사임, 말레이 정부의 ‘3년 천하’가 계속됐다.

 

지난해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취임으로 말레이시아 정권은 결국 다시 UMNO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조기총선 요구가 여권에서도 빗발치는 혼란이 계속되면서 결국 이스마일 총리는 국왕의 인정을 거쳐 의회를 해산, 이번 총선을 열게 된 것이다.

 

 

■ 안와르의 극적인 승리 ‘총리’ 취임...97세 마하티르는 득표 4위에 그쳐 낙선 정계 은퇴

 

마하티르와 안와르의 운명은 이번 선거를 끝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마하티르는 자신의 마지막 선거에서 참패한 후 23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안와르는 24일 신임 총리로 지명됐다.

 

안와르는 최종 승기를 잡으면서 '부활'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PH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집권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안와르가 극적으로 총리의 꿈을 이루게 됐다.

 

97세란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치러진 총선에 출마한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랑카위에서 5명의 후보 가운데 득표 4위에 그쳐 낙선했다. 10%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기탁금조차 돌려 받지 못했다. 그가 이끌던 조국운동(GTA)도 단 한 석조차 건지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선거에서 1969년 이후 첫 패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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