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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고교서 등장한 '세 손가락 경례'…시위확산 도화선될까?

시위대: 영화 ‘헝거 게임’의 반독재 저항적 의미 VS 정부 :보이스카우트 경례 동작일뿐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전창관 기자] "손가락 경례는 저항의 표시다."  VS  "보이스카우트의 경례 방식일 뿐이다"

 

지난 8월 16일 방콕 민주기념탑에서 있었던 대규모 대학생 시위에서 등장한 ‘반독재 상징 세 손가락 경례’ 물결이 고교생들의 교내 시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의 지배세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표시로 알려졌다. 일반인들의 시위대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세 손가락 경례'가 태국의 반정부 시위 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태국의 타이랏과 카우솟 등 유력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에 소재한 주요 고교의 아침 조회시간 국가 연주 도중에 독재세력에 대한 저항을 표시하는 의미로 알려진 '세 손가락 경례동작'이 행해졌다. 

 

이를 지지하는 많은 학생들이 평화적 시위를 상징하는 흰색 리본 띠를 머리와 가방에  둘러메고 호응하는 모습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세리머니 성향의 시위는 방콕의 최상위급 명문고인 뜨리얌 우돔슥사 고교를 위시로 지방 소재 주요 고교인 핫야이 윗타야라이 고교 등 최소 14개교 이상의 학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로 인해 학생과 교사와의 마찰뿐 아니라 경찰이 고교 학내로 투입되는 사태까지 촉발됐다.

 

아침 조회 공개석상에서 ‘세 손가락 경례’ 시위를 이끌어낸 학생의 머리를 교사가 수 차례 가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장면을 촬영하려던 학생의 휴대전화를 교사가 땅바닥에 내던져지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동북부 거점 도시 컨깬에 소재한 한 고교에서는 "경찰이 교내로 들어와 학생들의 평화시위 상징물인 하얀 리본 띠를 압수해 갔다"고 학생들이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지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헌법재판소 판결로 전격 해산된 아나콧마이 당(신 미래당)의 컨깬 주 출마자였던 찻차완 씨가 경찰의 학생 탄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번 고교생들의 전국적인 세 손가락 동조 시위에 대해 태국 정부는 총리실(Prime Minister Operations Center) 트위터를 통해 "세 손가락 경례 모습은 보이스카우트의 경례 방식에서 따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 손가락도 태국의 삼색기의 상징인 국민-불교-국왕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쁘라윳 총리도, ”이런 건을 논란 삼고 싶지 않다. 고교생들의 순진무구한 마음에서 표출된 행동일 것이다. 이런 행위에 가담치 않는 학생들이 그로 인해 따돌림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측은 "손가락 표시에 함축된 의미는 '자유-평등-휴머니즘'을 뜻한다. 고교생들이 전격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가담하는 계기가 아니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점차 확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는 정당해산 절차로 인한 공식적 정치행위가 불가능해진 '아나콧마이 당(신 미래당)'과 당수였던 타나턴 전 국회의원이 포진해 있다는 보수 진영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에게 9월까지 답해줄 것을 요구한 '국회 해산 및 의원 재선출', '개헌' 그리고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보장과 반정부 시위 지도자 탄압 중지' 등 3개 사안을 태국 정부가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주 들어 고교생들까지 반정부 시위 움직임에 가세함에 따라, 향후 시위 격화로 인한 무력 충돌 발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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