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새 한인회를 통해 17만 호치민 한인의 저력을 보여주겠다.”
김종각 제15대 호치민한인회 회장(53)은 바쁜 스케줄에 불구하고 기쁜 표정이었다. 지난 11일 출범식에는 하노이-다낭-하이퐁 베트남 전국 한인회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베트남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에서 새 한인회 출범식을 마치고 한국을 찾은 그의 서울 스케줄은 빽빽했다. 그의 바쁜 행보 자체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트남 호치민한인회가 급속히 정상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베트남 호치민한인회는 2016년부터 ‘한 지붕 두 가족’처럼 두 개의 한인회로 분열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선거를 통해 비로소 ‘봉합’되고 드디어 통합’되었다. 김 회장은 직접 선거에서 65% 압도적인 차로 당선되어 ‘명실상부’ 정통성과 대표성을 공인받았다.
김종각 회장은 14년간 베트남에서 건축 관련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베트남 국영신문 한국어판 ‘베한타임즈’를 8년간 운영해왔다. ‘새해, 새 한인회’라는 슬로건으로 ‘호치민 한인회’의 통합을 위해 뛰고 있는 그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집현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한 지붕 두 가족’은 역사 뒤안길로 흘러보내고 ‘새해, 새 한인회’
그에게 우선 출범식에 대해 물었다. 무려 4년간 공백을 메우며 대외적으로도 실추된 호치민한인회가 완전체로 돌아온 날이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출범식에는 하노이-다낭-하이퐁 등 베트남의 주요 지역 한인회장들이 모두 다 참석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대사관에서는 임재훈 주호치민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 정우진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총영사가 참석했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지엡중 베한친선협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해주었다. 김흥수 베트남 코참회장, 박남종 민주평통 동남아서부협의회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새 술을 담은 새 부대를 보기 위해 베트남 한인사회의 모든 단체장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심상만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도 권혁창 부회장과 함께 직접 찾아와 축사를 했다. 30년간 인도에 거주하면서 사업하는 심 회장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친오빠이기도 하다.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출범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하노이-다낭-하이퐁 등 베트남의 주요 지역 한인회장들이 모두 참석했다는 것.
그는 “윤상호 하노이한인회장, 조병규 다낭한인회장, 조성진 하이퐁한인회장, 류진백 껀터한인회장, 그리고 양철수 붕따우한인회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가히 한인사회에서 보기 드문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교민 사회 첫 대사건(?)이라고 할 만하다”고 웃었다.
김종각 회장의 당선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교민사회의 ‘하나로 뭉치자’는 염원이 담긴 결과였다. 물론 경쟁자인 김정렬 후보도 투표일 결과를 수용하고, 카톡으로 “당선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 “식물한인회 종식 위해 출마 결심...정상화 뚜벅뚜벅 가겠다”
최근 아세안 국가 중에서 가장 핫한 나라는 베트남이다. 축구로 ‘국민 영웅’에 오른 박항서 매직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공장인 삼성전자 등 각 분야에서 한국과 급속히 가까워진 나라다.
김 회장은 “베트남의 정치 수도가 하노이라면 경제 수도는 호치민이다. 한인회도 17만 명 거주(인근 포함 약 20만 명) 중이다. 하노이가 10만 명 정도니 인구도 경제도 두 배가 넘는다.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6000여 개가 진출해 있다”고 호치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치민한인회는 4년간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이 같은 사태를 위해 호치민 한인단체 11개가 뭉쳐 적극적으로 수습책을 낸 것이 지난해 말 치러진 제15회장 선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선거 경선에 참여 의사가 없었다. 본업인 변호사 업무가 바쁘고, 그가 발행인으로 있는 베한타임즈 신문 경영도 소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문사를 경영하면서 한인사회 이슈에 늘 접한 그는 “4년 간 지속된 ‘식물한인회’를 더 이상 용납 못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호치민한인회 선거가 어떤 기관의 지시가 아닌, 한인사회 11개 단체가 스스로 구성해낸 ‘선관위’에서 주관한 점도 동기로 작용했다.
“저는 14년간 한인 사회와 지속적으로 ‘공감’해왔다고 자부한다. 가령 베한타임즈 신문사 주최 자선골프대회를 통해 한인 긴급구호기금을 모아 꾸준히 지원했다. 신문사에서는 10년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CEO 대상으로 MBA도 해왔다”고 말했다.
교민사회가 공감하는 사업과 ‘휴먼 인프라’를 바탕으로 그는 단 20일 짧은 선거기간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회장이 되었다. 호치민에는 효성, 포스코 등 대기업이 조 단위 투자를 했다. 삼성전자 가전, 롯데그룹, 이마트, CJ 본사가 있고, 태광실업과 화승비나 등 굴기기업도 있어 한인회가 더 중요하다.
그는 “가장 무서운 것은 교민의 뜻이다. 엇나가고 훼손을 하고, 자기 자리를 못 찾으면 결국 모두 손해다. 식물한인회를 제대로 끝내기 위해 출마한 결심한 것처럼 이제 정상화를 위해 뚜벅뚜벅 가겠다”고 말했다.
■ “한인회는 단순한 친선모임이 아니다...교민 안전과 비자 등 권익보장 애써야”
그는 “호치민 한인회의 4년 공백은 교민사회에서 큰 손실이었다. 한인회는 단순 친선 조직이 아니다. 베트남 정부에 대해 안전-거주 등 한인 권익 보장과 비자 등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동안 이 같은 이슈에 대해 전혀 개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생활 편의, 특히 의료시설이 가장 힘들었다. 교민들이 선진 의료서비스를 찾아야 하는데 도움이 부족했다. 임기 중 의료와 비자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한인회장으로서 그는 ‘소상공인 상권 활성화’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한인회가 큰 제조업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이제 소비시장 진출한 소상공인에 대해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소상공인의 시장 개척이 매우 어렵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인들에게는 ‘임대료’가 치명적이다. 주택-상가에서 영업이 잘되면 주인들이 바로 임대료를 올려버린다. 어렵게 일구어놓은 상권을 한순간에 빼앗기고 눈물을 머금고 떠나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한인회 차원에서 이들을 돕기 위해 힘을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화교’들의 공동체의 ‘상호부조’ 방식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대만 투자자들이 만든 신도시 푸미흥도 주목했다.
그는 “대만 투자자가 만든 ‘푸미흥’처럼 ‘한인타운’을 만들어 안정적인 생활 터전을 만들면 후대에게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임대료도 한국 투자자가 가져가면 임대료 폭등을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법과 건축을 이어주는 건축 전문 변호사...김우중 하노이 프로젝트 베트남 인연
김 회장은 사법고시를 합격한 이후 연수원에서 전문분야 변호사가 뜰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학전문대학원 등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해 남보다 한 발 앞서나갔다. 선택한 것은 연세대 건축공학 대학원, 6년간 박사과정이었다.
그가 대표변호사인 법무법인 집현은 법과 건축을 이어주는 건축 전문 로펌이다. 한국 최고 건설사업관리 법무법인이다. 김종각 회장이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것은 김우중 대우 회장이 하고 있던 하노이 건축 프로젝트를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그는 “막상 참여해보니 너무나 베트남을 몰랐다. 출장하면서 왔다갔다는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2007년 가족 모두 베트남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건축 분야 베트남 시장도 빠르게 변했다. 진출 초기에는 토지를 확보하고, 아파트-오피스를 짓는 것이 다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이제 베트남 건설사도 100층 건축을 짓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대만 갖고 베트남 진출하다 낭패 볼 수 있다. 로컬업체들의 경쟁력에 밀릴 수도 있다. 한국 회사들도 베트남이 할 수 없는 영역, 가령 스마트시티 등 IT와 접목된 신도시 건물에 대해 치고 들어가야 한다. 베트남은 아직 이 분야에서 미흡하다.”
■ 베트남 국영신문 한국어판 ‘베한타임즈’ 발행인 된 것도 ‘천운’
건설 전문 법률인인 김 회장은 베트남 국영신문 한국어판 ‘베한타임즈’의 발행인이다. 베트남에서는 신문은 무조건 국가 신문이다. ‘국영’이다. 그런데 어떻게 베트남 국가에서 허가받은 한국어판 신문을 발행하게 되었을까.
그는 “2007년 교민신문이 탄생해 대구매일신문과 협력해서 발행했다. 문제는 허가가 안되니 베트남 현지 인쇄를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쇄해 항공운송으로 가져왔다. 미디어는 시간 싸움인데 경쟁력이 안된다. 그러다 재정난에 봉착했다. 2010년 제가 신문사를인수했다. 이후 주간 한국어 신문으로 발행하기로 하고 3년간 베트남 정부를 설득했다. 2012년 천신만고 우여곡절 끝에 '베한타임즈'로 허가가 나왔다. 기적이었다. ‘천운’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법 규정에서 불가인데도 베트남 국가가 ‘베한타임즈’ 허가를 해주었다. 김 회장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가 되었다. 2012년 허가가 나온 지 올해 8년째다.
그는 “베한타임즈는 베트남 정부 취지 목적에 맞게 운영해왔다. 10년째 EMBA 운영 등 베트남의 한국 진출, 역으로 한국의 베트남 투자-진출 등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와 교육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휴먼 인프라를 총 가동해 한인회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베한게임즈와 한인회의 길은 엄연히 다르다. 베한타임즈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가 중심이다. 호치민한인회는 한인 권익과 경제 유익, 생활편의가 중심이다. 하지만 14년 베트남 삶에서 요즘 한국-베트남 사이가 가장 좋은 시절이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관록, 휴먼 인프라를 풀가동해 두 나라의 ‘아름다운 가교’를 기꺼이 떠맡겠다고 말했다.
김종각 회장은?
1966년생으로 한양대를 졸업한 김 당선인은 사법연수원 32기 출신의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다. 건설 전문 변호사로 2006년 처음 베트남 호치민시에 진출한 그는 법무법인 집현의 대표변호사 겸 ‘베한타임즈’ 발행인을 맡고 있다. 부인은 호치민국립음악대학원 피아노학과 주은영 교수이며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