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미-중 갈등 속 경제 이익확보 전술을 택할 것이다.”
서강대 동아연구소가 한-인도네시아 50주년 수교 기념으로 ‘월간 인도네시아-2023 정치외교 세미나시리즈’ 세 번째로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의 특강을 마련했다.
12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진행된 특강 주제는 ‘외교현장에서 본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인도네시아 관계’였다.
특강은 인도네시아와의 인연, 왜 인도네시아인가?,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내다보는 키워드, 미-중 전략 경쟁 속 인도네시아의 선택, 한국-인도네시아 관계의 현주소를 다뤘다.
김 대사가 2003년 참사관으로 첫 부임, 그리고 2018년 대사로 부임한 곳이 인도네시아다. “20년 전 첫 부임지였던 인도네시아가 10년 로테이션을 거쳐 다시 아세안 의장국이 되었다”며 인연을 소개한 그는 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틱을 입고 특강 강단에 섰다.
■ 남북 외교장관-쓰나미-조코위 대통령 국빈방문-자바섬 1000km 래핑버스 등 현장 생생
김 대사는 인도네시아 대사 퇴임 후 지난해 7월 태평양도서국 담당 정부대표로 임명되었다. 파푸아뉴기니, 피지,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마이크로네시아연방, 팔라우, 마셜제도, 키리바시, 나우루, 사모아, 통가, 투발루, 쿡제도, 니우에 등 14개국을 관장한다.
지난 3월에는 외교부 장관 특사로 동티모르 딜리를 방문하는 등 인도네시아와의 인연이 이어졌다.
김 대사는 “2004년 자카르타 시내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반기문-백남순 남북 외교장관, 유혈사태 속 직선대통령 탄생, 크리스마스 다음날 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가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8년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입장, 국빈 방문으로 온 조코위 대통령의 최초 창덕궁 환영사, 자바섬 1000km 래핑버스 철도 개통 축하 투어, 코로나19 방호복과 PCR킷 지원 호평 등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 지정학적 위치로 중요성 커지는 인도네시아...한국과는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
지난해 11월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문제 중심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를 특집으로 다뤘다.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나라가 인도네시아라는 것이다.
김 대사는 “세계 인구대국 4위, 세계 3위 규모의 민주국가,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로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위치로 미-중 갈등 속 지정학적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법의 지배, 시장경제 등 가치를 공유하는 방파제 역할이자 교역, 투자,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라는 것.
김 대사는 “아세안 및 서남아, 중동 진출을 위한 전초기자이자 아세안 중심국가가 인도네시아다. 한국에서 보면 아세안 10개국(동티모르는 가입 예정) 중 유일한 최상위 위상을 가진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 5%대 경제성장 지속, 니켈-리튬 등 핵심광물과 자원부국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를 건너오면서도 5%대 경제성장을 했다. 평균나이로 27.9%로 동남아에서 가장 젊은 나라(베트남 32세), 현금없이 사는 ‘디지털경제’가 활성화되는 나라다. 한국 CGV 극장 체인이 제일 많은 나라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니켈-리튬 등 핵심광물 부국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김 대사는 “니켈과 리튬 등은 매장과 생산 세계 1위다. 팜오일은 생산 50%를 차지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조코위 대통령이 앞장서서 니켈 수출금지를 했고, 금융권도 생산시설 지원에 돈을 붓겠다고 해 자원민족주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니켈은 이미 원석 수출 금지 상태다. 이밖에 보크사이트, 주석과 금이 수출금지에 직면했다. 다만 구리 수출 금지는 어렵다. 인도네시아에 제련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 미국-중국 전략 경쟁 속 커지는 고민...‘아세안 중심성’
김 대사는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부상 및 안보적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관계를 균형있게 유지-발전시켜 최대의 이익을 도모하는 입장이다. 중국에 대한 전략적 고려에 앞서 경제적 이익확보에 관심이 크다”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받아들이면서 중국의 과도한 시장 지배는 경계한다. 나투나 해역 등 자국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사는 아세안의 ‘맏형’으로서 ‘아세안 중심성’을 유지하는 것이 인도네시아 외교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1967년 아세안 창설 회원국으로 아세안을 외교의 핵심으로 활용한다. 아세안 내 주도적 위치 유지와 결속력 강화 노력, 아세안 중심으로 지역안정과 평화추구,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점 채택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롯데-포스코 등 한국 기업 진출...한-인니 CEPA 타결 베트남 쏠림 방어
인도네시아는 다른 나라보다 ‘한류’ 선호도가 높다. 조코위는 “저도 K-POP 팬”이라며 대통령 전 딸과 함께 샤이니 콘서트에 갔을 정도다. 딸은 샤이니 민호의 열혈팬이다.
올해는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이다. 조코위 대통령이 이를 위해 지난해 방한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했다.
경제도 관심사다. 김 대사는 “한국-인도네시아 CEPA가 2019년 11월 최종 타결되었다. 이후 베트남 쏠림을 막는 역할을 해 롯데의 42억달러 단지 조성, 내년 말 동남아 최대 일관제철소 준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LG엔솔과 현대자동차가 합작해 배터리 공장을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으로 건설 중이다. 지난해 3월 첫 출차한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는 전기차 시장 1위에 우뚝 섰다.
기타 내년 대선 전망, 공정률 6.7%의 새 수도 건설 상황, 한중일 철도 삼국지 등도 조명되었다.
김 대사는 “올해는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이다. 미중 갈등 속 아세안 11개국은 싱글마켓(경제 공동체)로 대응하는 것이 실익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혼자보다 아세안틀 안에서 대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전 주인도네시아 참사관
전 평화체제교섭기획단장
전 주 벨기에-유럽연합 대사
현 외교부 태평양도서국 담당 정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