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코 위도도(조코위, Joko Widodo, 62) 대통령은 어떤 후보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조코위는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있지만 지지율이 80%를 상회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어떤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냐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는 8월 25일자에서 호주국립대학교 동아시아 경제연구국 소속 정치학자 리암 개먼(Liam Gammon)이 8월 13일 이스트 아시아 포럼에 발표한 논평을 소개했다.
기사는 “조코위 대통령이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뒤를 잇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는 사실이 자카르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고 리암 개먼의 주장을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후보 3자 대결에서, 쁘라보워 수비안또(Prabowo Subianto, 72)는 간자르 쁘라노워(Ganjar Pranowo, 54) 중부자바 주지사를 약간 앞서고 있다. 아니스 바스웨단(Anies Baswedan, 54) 전 자카르타 주지사는 지지율이 두 후보에 비해 뒤처져 있다.
리암은 조코위의 지지율 고공비행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정책 때문으로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GDP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5.2%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은 3%에 불과했다.
부패와 불평등은 여전히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잠재력을 짓누르고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조코위 시대 경제(Jokowi-era economy)에서 경제적 혜택을 누렸다. 또 현금이전 가용성(avaliablity of cash transfers)이 증가했고 의료보조금도 받았다.
그렇다면 리암은 왜 ‘조코위가 간자르보다 쁘라보워를 더 후계로 생각하고 있을까?’는 이유는 뭘까?
우선 최근 차기 대선과 관련해, PDIP(Indonesian Democratic Party of Struggle) 총재이자 전 대통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Megawati Sukarnoputri)와 조코위가 긴장 관계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간자르는 두 사람과의 묘한 관계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쁘라보워는 현재 아니스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대안 후보로 본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니스 지지자들은 내년 2월 14일로 예정된 대선 투표에서 아니스가 탈락하면, 6월 결선투표에서 쁘라보워에게 투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리암은 “조코위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어느 한 정파를 소외시키는 위험을 감수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조코위가 우려한 것은 “간자르가 메가와티에게 그의 러닝메이트와 새 내각의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양보”한 것이다.
조코위와 쁘라보워의 관계는 생각보다 돈독하다. 리암은 “선거 전략에 대해 조코위와 면밀히 협의하고 정책을 지속하기로 약속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조코위와의 사진 촬영과 언론 노출을 보상으로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자카르타 주요 도로에 조코위와 쁘라보워가 함께 찍은 빌보드 간판 이미지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쁘라보워는 오랫동안 탐내던 대통령직을 차지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위치를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물론 쁘라보워가 당선된다면,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Suharto)의 과거의 권위주의 유산과 현대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함께 심판받게 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육군 장성 출신인 쁘라보워는 당시 장인인 수하르토 독재정권이 아시아 금융위기로 무너질 당시 수하르토를 완고하게 옹호한 인물로 악명을 떨쳤다. 또한 그는 그린드라당(Gerindra, 대인도네시아운동당)을 창당하고 정치인이 된 후에 개혁시대 이후 체제를 과도한 ‘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경멸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문제는 “진보적인 시민사회는 쁘라보워가 대통령이 되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이런 공포를 공유하지 않는다. 특히 수하르토 시대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젊은 유권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024년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40세 미만일 것으로 추정했다.
오히려 “쁘라보워는 올해 71세로, 간자르보다 17살 많고 조코위보다 9살 많지만, 그의 독불장군 스타일과 당당한 민족주의는 Z세대와 밀레니엄 유권자들 사이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의 연속성에서도 쁘라보워가 승리하면 “2024년 이후에도 전반적으로 정책을 이어갈 광범위한 지침이 마련”된다.
조코위는 핵심 유산으로 신수도 누산타라 개발 프로젝트와 원자재 ‘다운스트림’ 산업 개발 정책을 꼽는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인도네시아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칼리만탄 동부 해안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이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신수도 개발이 중단될 수 있다.
다운스트리밍 정책은 광물과 농산물 등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다운스트림산업 즉 가공산업에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인도네시아가 전기 자동차와 부품, 스테인레스 스틸과 같은 제품의 생산 기지로 부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간주하므로, 차기 정부도 이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2024년 2월 14일이면 2억 8000만 명의 인구대국 4위 인도네시아를 5년동안 이끌어갈 새 지도자가 선출된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선거와 의회선거, 지방선거가 동시에 열리는 매우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열린다.
리암이 전해주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분위기는 역시 지지율이 80%의 조코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이 자바의 정치인들처럼 기호와 암시를 통해 그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고 흥미로운 분석했다. 귀에 솔깃한 세평이다.
